의료계가 선택의원제(만성질환관리체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데 또 다시 실패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3일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각과개원의협의회, 전공의협의회, 공보의협의회 등 대표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선택의원제 관련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선택의원제에 대한 의견수렴을 통해 의료계의 중지를 모으는 자리로, 선택의원제 관련 협상 및 수용 여부에 대한 의료계 내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의료계는 하나의 입장을 정하는데 실패하고 또 다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전면적으로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수가신설 등 현실적 접근론까지 스펙트럼이 너무 넓었다.
투표를 통해서라도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시도의사회장 등의 강력한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 한동석 공보이사는 "선택의원제 관련 수가 신설, 교육 등 각 쟁점마다 의견이 엇갈려 통일된 입장 정리가 어려웠다"면서 "일단 22일까지 각 직역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데, 미흡할 경우 27일 연석회의를 다시 개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택의원제에 대해 쉽사리 의료계가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범사업이 두달여 남은 상황에서 의료계가 자중지란에 빠지면서 의사협회의 대정부 협상력만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내년 초에 예정된 의사협회 선거와 연계하는 시각도 있다.
의료계 한 인사는 "정부와 협의를 하든 안하든 명확한 입장이 있어야 하는데, 의료계가 입장을 못 정하면서 협상 파트너인 정부에도 신뢰를 못 주고 있다"면서 "내년에 있을 의사협회 회장 선거를 의식하고 있는 것도 입장 정리가 늦어지는 이유"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