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교수 연구실은 병원 소유이긴 하지만 방 주인인 교수의 '개인 공간'으로 봐야 한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최근 "교수 연구실이 병원의 소유라고 하더라도 교수와 병원의 공동 점유라고 보기는 어렵고 교수의 단독 점유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판부는 "교수가 연구실에 없는 사이 허락 없이 방에 들어가는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A대학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비서를 시켜 같은과 B교수의 연구실을 허락없이 들어가 진료기록 사본을 회수해갔다.
그러자 B교수는 정형외과장을 대상으로 방실침입죄로 형사 고소했다.
1심 판결은 정형외과장의 방실침입죄가 인정돼 벌금형 70만원이 내려졌다.
그러자 양측은 각각 무죄와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다.
정형외과 과장은 "과장으로서 정당한 업무집행을 위해 병원 규정을 위반해 외래환자 진료기록 사본을 보관하고 있던 B교수 연구실을 출입한 행위는 병원과 B교수의 추정적 승낙이 있었기 때문에 방실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환자 진료기록 사본을 개인 연구실에 보관하는 것은 보건복지부 및 병원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담당 검사는 "재판과정에서 정당행위 주장을 하는 등 자신의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는 등의 이유로 원심은 너무 가볍다"는 내용으로 항소를 제기했다.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연구실 주인인 교수의 점유권은 보호돼야 할 중요한 법익이고, 개인 허락없이 연구실을 들어가는 것이 정당행위로 인정 받으려면 몇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그 요건은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거나 ▲긴급한 일이 생겼거나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등이다.
재판부는 "진료기록 사본을 급박하게 회수, 처리해야 할 긴급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다른 적법한 수단이나 방법을 통해서도 B교수의 위반행위를 시정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실에 허락없이 들어간 행위가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