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당뇨환자들의 대다수가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 합병증에 노출돼 있지만 전문의들조차 이러한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는 측면이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최근 당뇨 환자 2591명을 대상으로 고지혈증 관리실태를 조사하고 22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학회가 고지혈증 치료지침(ADA/ACC Consensus Guideline)을 기준으로 이들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한 결과 무려 93.6%가 고지혈증 초고위험군에 들어갔다.
특히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도 64.1%는 목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고지혈증 치료지침에는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는 LDL 콜레스테롤 농도를 100mg/dL 미만, 경우에 따라 70mg/dL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 수치를 맞추지 못하면 동맥경화증, 심혈관 질환 등에 대한 합병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며 당뇨병의 경우 특히 합병증 위험이 높아 적극적인 지질관리가 요구된다.
당뇨의 주요 합병증 중 하나인 고혈압도 마찬가지였다.
학회가 당뇨환자 3936명을 대상으로 고혈압 유병률과 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61.3%가 목표 혈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욱이 이들 중 57.8%만이 고혈압 관리를 위해 치료제를 처방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문제를 더했다.
당뇨병학회 박성우 이사장(강북삼성병원)은 "당뇨병 환자의 대다수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고혈압, 고지혈증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환기시켰다.
이어 박 이사장은 "심지어 전문의들도 93.6%에 달하는 고위험군 환자 중 단지 14.8%만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복지부가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을 경증질환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확정단 뒤 1달여만에 학회가 이러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당뇨병학회는 경증질환 분류가 시작된 이후 수차례 성명서 등을 통해 제도를 철회할 것을 주장해왔다.
상당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당뇨병을 경증질환으로 분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얼마나 높은지를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내 정부 정책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하는 취지가 엿보인다.
박성우 이사장은 "당뇨병 환자들의 치료 현황이 파악된 이상 합병증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관리 시스템이 시급하다"며 "또한 당뇨 합병증에 대한 인식 전환도 이뤄져야 한다"고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