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의 수장으로, 학회의 임원으로 수 십년간 우리나라 의학계 기반을 다진 원로 교수들이 후배들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퇴임한다.
메디칼타임즈는 23일 전국 41개 의과대학 중 인제대 의대, 연세대 원주의대, 서남대 의대를 제외한 38곳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인 8월 퇴임을 앞둔 교수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주치의였던 서울의대 송인성 교수 등 37명이 정년퇴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위·식도 분야의 대가인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송인성 교수(서울의대 71년졸)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돼 서울대병원 위상을 높였다.
송 교수는 조용하면서도 겸손한 성품으로, 소화기학회, 내과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서울의대에서는 송 교수 외에 법의학교실 이정빈 교수(72년졸)도 정년퇴임을 준비하고 있다.
법의학 분야 권위자인 이 교수는 1984년 서울의대 법의학교실 창설에 기여하며 국립의대 법의학교실 개설의 산파 역할을 담당했다.
연세의대는 정년퇴직자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약리학과 발전에 공헌한 김경환 교수, 영상의학과 최규옥 교수, 신경과 선우일남 교수, 성형외과 박병윤 교수, 내과 심원흠 교수, 미생물학교실 이봉기 교수가 의대를 떠난다.
김경환 교수(연세대 의대 1970년졸)는 1999~2006년 연세대 BK21 의과학사업단장을 역임하면서 연구 중심의 대학원을 만드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대한약리학회장을 지냈으며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약리학회 조직위원장을 역임했다.
최규옥 교수(1970년졸)는 여성 의사로서 방사선과 전공의 과정 수료 1세대이다. 대한심장혈관영상의학회를 만들어 회장을 지냈고 전문직여성클럽 회장도 두차례 연임했다.
구순구개열 수술 권위자인 박병윤 교수(1972년졸)는 우즈베키스탄 성형외과학 창설에 기여했다. 그 공로로 2008년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주는 훈장을 받기도 했다.
심장내과 전공의 1세대인 심원흠 교수(1974년졸)는 1991년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이 전문병원으로 개원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장골동맥 스텐트 삽입, 대동맥박리 환자 스텐트크라프트 삽입 등 우리나라 최초 시술을 개척했다.
가톨릭의대는 내과학교실 박성학 교수를 비롯해 병리학교실 김병기 교수, 소아과학교실 전정식 교수, 피부과학교실 조백기 교수가 30년 이상 몸담은 대학을 떠나는 퇴임식을 23일 가졌다.
박성학 교수(가톨릭 의대 1972년졸)는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장, 대한내과학회 기획이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회장, 대한내과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각종 학회 활동에서 중요직책을 맡으며 적극 참여했다.
조백기 교수는 대한의진균학회와 대한피부과학회 회장을 지냈고 학내에서는 대학원장을 맡았다.
성균관의대에서는 피부과 이일수 교수, 소아청소년과 이상일 교수, 재활의학과 이강우 교수가 퇴임을 앞두고 있다.
아토피 알레르기분야 권위자인 이상일 교수(서울의대 1973년졸)는 아시아 태평양 소아알레르기 및 호흡기학회장, 대한 천식 및 알레르기 학회 이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서태평양 알레르기 기구 회장, 아시아태평양 알레르기 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강우 교수(서울의대 1974년졸)는 현재 대한재활의학회장을 지내고 있으며 병원에서는 국제진료소장을 지내기도 했다. 노숙자 진료와 같은 봉사활동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중앙대의료원 의무부총장이자 의료원장인 김성덕 교수도 퇴임교수 명단에 올랐다.
김성덕 교수는 1971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제9, 10대 서울시 보라매병원장을 거쳐 현재 중앙대의료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의학회 회장,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중앙대 의대는 김성덕 교수 외에도 3명의 교수가 정년퇴직을 한 후 명예교수로 남을 예정이다.
의사이면서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계명대 동산의료원 산부인과 윤성도 교수도 퇴임한다. 윤 교수는 경북의대를 졸업했다. 동산병원 산부인과장, 병원장을 지냈다.
울산의대는 외과 김인구 교수, 진단검사의학과 지현숙 교수가 물러난다. 고대 의대는 이비인후과 황순재 교수, 간담췌외과 김영철 교수가 퇴임한다.
한림의대에서는 생리학교실 박형진 교수와 성형외과 오석준 교수가, 인하대 의대에서는 안과 오중협 교수가 퇴직을 앞두고 있다.
경북의대에서는 병리학교실 서인수 교수와 신경외과 박연묵 교수가, 경희대의대는 마취통증의학과 김동수 교수, 이화의대는 병리학교실 한운섭 교수와 미생물학교실 박혜경 교수가 퇴임한다.
또 동국의대는 정형외과 김홍용 교수, 조선의대에서는 생물학교실 배영훈 교수와 세포분자의과학교실 함경수 교수, 전북의대는 외과 김재천 교수와 신경과 김영현 교수가 은퇴한다.
퇴임 후 휴식하거나 진료 계속
퇴임 후에는 환자 진료와 의학 발전에 온힘을 쏟은 만큼 당분간 휴식을 취하겠다는 소감이 가장 많았다. 반면 환자 진료를 이어가는 교수들도 있었다.
송인성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촉탁교수로 진료를 계속할 예정이다. 박성학 교수와 조백기 교수도 퇴임 이후 각각 서울성모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외래진료를 계속 하기로 했다.
중앙대의료원 김성덕 의무부총장도 석좌교수로 남아 맡은 보직을 계속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윤성도 교수도 중요 보직을 맡아 병원에 계속 남을 것으로 알려졌다.
성균관의대 이강우 교수는 "그동안 갖지 못했던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삶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며 "봉사를 겸한 의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