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정신건강의학과 적정성 평가 세부 지침을 공개하자 관련 병원들이 긴 한숨을 쉬고 있다.
변기 수나 침대의 온돌 수, 자의 입원율과 같은 지표들이 과연 정신건강의학과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두달 남짓한 시간에 건물의 도면에서부터 병상 중 침대와 온돌 수, 휴게·산책·운동 공간 등 총 25개 지표에 달하는 자료를 제출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배 늘어난 평가 지표 항목
25일 심평원(원장 강윤구)은 의료급여 정신건강의학과 적정성 평가 설명회를 갖고 평가 세부 추진 계획과 조사표 작성법 등을 설명했다.
심평원은 구조·과정·결과 부문의 기존 13개의 평가 지표에 12개의 지표를 더해, 총 25개의 평가 지표를 마련했다.
구조 부문에서는 ▲전체 병상 중 침대비율 ▲입원병동 내 대변기 1개당 병상수 ▲휴게 공간 시설 유무 등이 새로 추가됐다.
이에 따라 요양기관은 병실과 휴게공간, 산책공간 등의 면적을 확인할 수 있는 도면과 침대와 온돌 수를 기재한 병상 수를 제출해야 한다.
매트리스만 있는 병상과 2층 이상의 침대는 온돌에 포함해 기재해야 하고, 병실내 화장실과 병실외 화장실의 대변기, 소변기 수까지 기재해야 한다.
모니터링 지표이기 하지만 환자의 자의적 입원율과 환자경험도 조사 실시 유무 등도 평가 지표로 추가됐다.
애매한 지표, 어리둥절한 병원
심평원은 이들 지표가 표준화 및 계량화, 측정의 용이성이 있으며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질 평가 기준으로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기관은 지표에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모 병원 관계자는 "지표가 두 배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휴게 공간 도면이나 변기 수 따위가 정신건강의학과의 질을 말해주지는 않는다"면서 "어떻게 이런 항목들이 지표가 됐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잘라 말했다.
휴게 공간과 산책 공간 등은 요양기관이 위치한 지역별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어 객관적인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i2#앞서 정신의료기관협회도 이들 지표 중 사회복지사 1인당 1일 입원환자수, 정신요법 실시횟수, 자의입원율 평가, 입원일수 중앙값, 환자 경험도 평가 등을 문제 삼은 바 있다.
병상수, 입원환자수, 재원일수 등을 기준으로 한 WHO의 정신질환 평가 지표나 재원기간, 투약지속성, 환자 사망률, 외래방문 지속성 등을 기준으로 한 OECD의 정신질환 질 지표와도 차이가 난다.
이에 심평원 관계자는 "자의입원율이나 변기 수, 환자 경험도 조사 등은 OECD나 WHO의 기준에는 없는 것이 맞다"고 인정하면서 "다만 국내 실정에 맞는 지표를 만드는 과정에서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휴게 공간 등의 지표는 의료계가 먼저 지표로 만들자고 요구했다'면서 "지표에 대한 개선 사항을 계속 수렴해 다음 지표 마련에 참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