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료분쟁조정법 하위 법령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산부인과 의사들이 독소조항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2일 의사협회와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복지부는 조만간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안과 시행규칙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의료계는 무과실 보험 재원을 의사에게 부담시키는 등 의료기관에 불리한 조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수술 위험 부담이 큰 분만병원장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분만병원협의회는 2일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 제정 관련 의견서'를 발표하면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섰다.
분만병원협의회는 의견서를 통해 분만 관련 의료사고의 과실유무에 대한 감정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맡아야 하며, 감정조사기록이 환자에게 유출돼 민형사 소송의 증거로 악용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분쟁조정 절차 과정에서 피신청인 즉, 의료기관이 소환에 응하지 않거나 소를 제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분쟁조정절차를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분쟁조정 중 신청인이 의료기관에서 난동을 부릴 경우 과태료 3000만원의 형벌조항을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는 게 분만병원협의회의 주장이다.
분만병원협의회 강중구 회장은 "무과실에 대해 의사가 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은 '무과실 무책임'의 법 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우려스럽다"면서 "원천적으로 재검토하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 같은 내용을 복지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산부인과 학회와 의사회는 의료분쟁조정법 하위 법령 제정에 앞서 공청회 등을 통해 의료분쟁 당사자인 의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무과실보험의 재원을 산부인과 의사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처럼 산부인과가 강하게 반발하자 의사협회도 복지부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한다고 가세했다.
의사협회는 최근 수시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산부인과의사회 등 관련 단체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의사협회 장현재 의무이사는 "무과실보험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의 불만이 극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산과 의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유동적인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입법예고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의료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료계가 제시한 의견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수용할 계획도 있다"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