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다국적사 대거 적발…공정위 3차 리베이트 발표
그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사약 처방을 위해 의사 등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모습은 매우 다양했고 상당히 치밀했다.
식사접대 및 회식비에만 무려 350억원이 쓰였고, 형식적인 강연과 자문을 받고도 110억원을 대가로 지불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얀센, 사노피, 바이엘, 노바티스, 아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한국법인 다국적제약사들의 얘기다.
이들은 그동안 글로벌 윤리규정을 내세워 국내사와는 달리 깨끗한 영업을 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번에 리베이트가 적발됨에 따라 그들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게 드러났다.
이미지 추락 역시 불가피해졌다.
"다국적사 불법 행위, 걸리지 않았을 뿐이지…"
공정위 신영석 시장감시국장은 3차 리베이트 브리핑에서 다국적사의 불법행위 적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다국적사의 경우 불법 행위를 적발해도 본사와 피드백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기 십상이며, 국내 기준을 쉽사리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번 내부 규정에 따라 올바르게 지출된 돈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힘들어졌다.
이번 적발된 사례를 보면 국내사들이 일삼던 부정 행위들이 고스란히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A사는 B약품의 처방증대를 위해 부부동반 이벤트 명목으로 1000만원을 지급하고, 그 대가로 약 2억원의 처방을 받기도 했다. 매우 고전적인 수법이다.
국내 B제약사 영업사원은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여기저기 리베이트를 한다면 다국적사는 특정 집단을 상대로 크게 한다는 것이다.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국내사와 다르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다국적사 리베이트 의혹 행위 비일비재"
실제 업계에서는 B제약사 영업사원의 증언처럼 다국적사의 리베이트 의혹 행위는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적발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작년 사노피 영업사원 사망건도 그렇다.
이 영업사원은 작년 7월 호우경보가 발효된 일요일 새벽 6시 30분경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차가 뒤집혀져 현장에서 숨졌는데, 당시 조수석에서는 의대교수가 동승하고 있었다.
이에 경찰은 "해당 교수는 진술에서 울산 병원의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숨진 영업사원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참사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업계에서 크게 회자됐다.
영업사원이 휴일 오전에 의대교수를 만난 것이 일종의 제약업계의 접대 관행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것도 큰 비가 내리는 새벽에 말이다.
다국적제약사 모 영업사원은 "일요일 새벽에 영업사원이 교수랑 동행했다는 자체는 대부분 골프장이나 공항 픽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이 사건을 두고 "반복적인 노무와 편익도 리베이트에 해당된다"는 새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공정위 신영석 시장감시국장도 "세계 굴지의 다국적사들도 우리나라 제약업계의 그릇된 관행을 그대로 따라 음성적인 리베이트를 제공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업계의 반응도 비슷하다.
국내 C제약사 영업소장은 "그동안 리베이트하면 국내사라는 편견이 강했는데, 이번 사례로 다국적사 영업 관행에도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공정위는 4일 의사 등에게 자사약 처방 목적으로 530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뿌린 한국법인 다국적사 얀센, 노바티스, 사노피, 바이엘, 아스트라 등 5곳과 씨제이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0억원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