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으로 불가피한 임의비급여를 둘러싼 환자-병원-심평원간 갈등이 법정싸움으로 비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급성골수성백혈병, 골수이형성증후군 및 급성림프구성백혈병 등의 혈액질환으로 진료받은 환자 2명은 서울의 A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진료비가 1천만원 넘게 나오자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 민원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지난해 8월 A대학병원이 H씨에게 청구한 1380만원 중 1313만원을, K씨에게 청구한 1964만원 중 1947만원을 각각 환급해 주라고 결정했다.
그러자 A대학병원은 심평원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청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A대학병원이 급여 대상 진료비를 환자에게 비급여로 청구한 것에 대해 심평원이 환불하라고 통보한 것은 적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요양급여 또는 의료급여 애상이 되는 진료행위를 환자로부터 비급여로 지급받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심평원이 원고나 다른 의료기관의 동일한 진료행위에 대해 진료비를 삭감한 사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심사절차를 회피한 채 공단으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비용까지 전부 본인부담금으로 처리해 환자에게 징수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A대학병원이 식약청 허가사항 외 투여한 약값, 별도산정 불가 치료재료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한 것에 대해서는 임의비급여(부당청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기관이 급여기준 및 허가사항을 벗어난 의약품을 처방, 투여했다 하더라도 환자로부터 해당 비용을 받을 수 있는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그런 진료행위를 할 만한 불가피성, 의학적 타당성, 급여기준을 위반한 진료행위의 의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사전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 의료기관이 환자로부터 받은 비용의 적절성 등이 인정된다면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료재료의 비용이 행위료 수가에 포함돼 있어 환자에게 별도로 청구할 수 없는 이른 바 별도산정 불가 항목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예외적으로 환자에게 진료비를 받을 수 있다고 못 박았다.
A대학병원이 혈액질환 치료를 위해 필요했고, 환자들이 1회용 바늘을 골수천자생검에 사용해 달라고 복지부장관에게 탄원하기도 했으며, 환자의 의식수준이나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할 때 과잉진료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병원이 별도의 이익을 얻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심평원이 A대학병원의 별도 산정 불가 항목, 허가사항 외 투약 항목을 일률적으로 부당청구로 판단한 것은 위법이며, 급여 항목을 비급여로 징수한 것을 환불하라고 명한 것은 적법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