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로부터 의료기관 인증을 받겠다고 하니 직원들이 줄사표를 내더군요."
최근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한 중소병원장의 말이다. 고되고 힘든 인증 준비에 부담을 느낀 직원들이 이직에 나선 것이다.
이렇듯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의료기관 인증이 쉽지 않은 도전이 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병원이 중심이 된 의료기관 인증 대열에 일부 강소 병원들이 명함을 내놓고 있어 화제다. 한길안과병원, 현대유비스병원, 목포한국병원, 부민병원 등이 그곳이다.
이들 병원들은 의료기관 인증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 특히 의료기관 인증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의 이탈은 큰 부담이었다.
목포한국병원 류재광 원장은 "지난해 가을 모의 인증을 추진할때 직원들이 줄사표를 냈다"면서 "장기적으로 이익이 돌아오니까 괴롭더라도 한번 해보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현대유비스병원 관계자도 "직원들에게 인증은 피할 수 없다고 솔직히 말하고 설득했지만 결국 10% 정도가 그만뒀다"면서 "하지만 남은 직원들은 인증 후 자부심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인증 과정을 통해 병원이 한 단계 성장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부민병원 정흥태 병원장은 "인증제는 과거 의료기관 평가와 달리 실질적으로 병원이 좋아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인증을 받는 과정을 통해 병원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고 특히 인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단언했다.
한길안과병원 조범진 병원장은 "함께 고생하고 나니 직원들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뿌듯해 한다"면서 "다들 함께 고생해서 이룬 성과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환자를 대할 때에도 책임감을 갖고 응대한다"고 설명했다.
"인센티브 고려말고 적극적으로 인증 받아라"
한편 의료기관 인증제가 시행된지 1년여가 지났지만 중소병원들의 참여는 극히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인센티브 등 별도의 혜택이 없는 상황에서 인증의 실질적 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한데다, 인증에 필요한 별도의 비용 투입 등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평가의 경험이 없는 300병상 이하 병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던 제도의 취지가 무색한 셈이다.
하지만 인증을 받았던 병원들의 가치는 다르다.
부민병원 정흥태 병원장은 "인센티브에 따라 평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소극적인 생각"이라면서 "인증평가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이규식 원장은 "300병상 이상 병원들은 과거 의료기관 평가 경험이 있는데, 그런 경험이 없는 병원이 인증에 나서야 하는데 겁을 많이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올해까지는 중소병원에게 컨설팅을 받아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내년 최소 인천, 경기지역에서는 인증 평가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 "'먹고 살기 바쁘다', '인증 안 받아도 우리 병원 굴러가는데 아무 문제 없다'는 마인드를 가진 병원은 이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병원장들이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