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의사국시 시험 유출 의대생 처리 왜 늦어지나
복지부와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올해 의사국시에서 실기시험 문제를 유출한 당시 의대생 10명에 대한 처분 수위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복지부는 검찰이 의사국시 실기시험 문제를 유출한 당시 의대생 10명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통보했지만 한달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회 일각에서는 조속한 처분을 촉구하고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3월 의대생들이 조직적으로 의사국시 실기 문제를 유출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전국 의대 본과 4학년 협의회(전사협) 사무실을 급습했다.
경찰청은 수사 결과 전사협 집행부 10명과 교수 5명이 시험문제를 유출했다며 입건하자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그러나 서울지검은 5개월 후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문제를 유출한 전·현직 집행부 10명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들 의대생들이 초범인데다 실기시험 기간이 두달 이상일 정도로 워낙 길어 먼저 응시한 학생이 나중에 시험을 보는 학생들에게 자연스레 문제를 알려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기소유예란 범죄의 객관적 혐의가 있더라도 범인의 연령·범행동기 등을 참작,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이다.
다만 검찰은 실기시험 채점관으로 참여해 제자들에게 시험문제를 알려준 교수 5명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을 확정했다.
검찰의 처벌 수위를 놓고 보면 교수들의 범죄 혐의가 더 무겁다.
그러나 이들 기소유예된 의대생들이 행정처분을 받으면 교수들보다 오히려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는 게 문제다.
의료법에 따르면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시험에 응시한 자나 국가시험에 관해 부정행위를 한 자는 시험을 정지시키거나 합격을 무효로 한다.
이렇게 시험이 정지되거나 합격이 무효가 된 자는 그 다음에 치러지는 국가시험에 2회 응시할 수 없다.
현재 이들 기소유예된 10명은 의사 면허를 받아 인턴 수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이 이미 의사 면허를 받은 상태에서 뒤늦게 의사국시 합격이 취소되면 사실상 면허 정지도 아닌 '면허 취소'와 다름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여기에다 이들은 의사국시에 2회 응시할 수도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복지부와 국시원은 이들 10명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26일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은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세간에서는 외압으로 처분 조치를 안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며 빠른 조치를 촉구했다.
임채민 장관은 답변에서 "의사국시 실기시험 유출 학생들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있었지만 학생들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임 장관은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아직 처분을 하지 않았다"고 답변해 난처한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국시원도 마찬가지다.
국시원 관계자는 "형사처벌 수위를 놓고 보면 교수들이 훨씬 무거운 범죄를 저질렀는데 만약 학생들에게 행정처분을 하면 의대생들이 보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국시원 관계자도 "만약 이들 학생들에게 합격취소 처분을 하면 당장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경고하는 선에서 일단락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