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ESD 수가·적응증 재조정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던 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ESD) 논란이 수가를 높이고 적응증을 확대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당초 복지부가 수가를 결정했던 당시와 비교해 의학적 근거는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정안이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상대가치점수 등 수가 산출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소화기내시경학회 완승…수가 높이고 적응증도 확대
보건복지부는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열고 ESD에 대한 수가와 적응증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의평위는 이날 회의를 통해 ESD의 적응증을 림프절 전이가 없는 조기위암으로 대폭 확대했다. 또한 식도와 대장 종양도 ESD 시술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선종 및 2cm 이하 조기 위암에만 한정했던 당초 기준에 비해 시술 범위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수가도 크게 올랐다. 의사업무량 상대가치점수를 3385.8점으로 책정한 것. 당초 적용했던 2257.2점보다 무려 1.5배가 높아진 것이다.
특히 이번에 시술 대상에 포함된 대장 종양의 경우 6076.8점을 책정했다. 위 등에 비해 시술난이도가 높다는 이유다.
결국 수가 재조정을 통해 적응증 확대와 수가 인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내면서 이번 논란은 수술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배수진을 친 소화기내시경학회의 완승으로 끝난 셈이 됐다.
고무줄 잣대 논란 불가피…추후 수가 산정 상당한 부담
이처럼 수술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렸던 ESD 논란은 일단락이 됐지만 복지부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이유가 어찌 됐건 학회의 반발에 수가와 적응증을 모두 내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를 조정할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추후 신의료기술 평가에 나쁜 선례가 됐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복지부는 당초 ESD 수가와 적응증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의협과 학회측에 책임을 돌렸다.
지난 2008년 비급여 고시를 내며 2년간 ESD 시술의 적응증별 유효성에 대한 추적결과를 내기로 했지만 소화기내시경학회가 이를 내지 않아 외국 사례를 적용해 수가를 산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수가 산정의 기반이 되는 의사업무량에 대한 상대가치점수는 의협이 제출한 것을 받아들여 활용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학회가 이 수가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다며 수술을 중단하고 이로 인해 환자들이 집단으로 민원을 제기하자 급하게 의평위를 열어 수가와 적응증을 재결정하기 이르렀다.
문제는 과연 이러한 과정속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이번에 재산정된 ESD 의사업무량 상대가치점수인 3385.8점은 의협이 가장 먼저 제시한 수치다.
그러나 의평위는 상대가치점수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며 조정을 요청했고 의협은 이를 받아들여 2257.2점을 제시했다. 위를 절제하는 개복술의 상대가치 점수를 감안하면 이정도가 적당한 수치라는 것이다.
물론 상대가치점수는 타 시술, 혹은 수술과의 상대적 업무량 등을 감안해 조정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조정은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신의료기술의 특성상 과거 의료행위와 비교해 어쩔 수 없이 저평가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학회의 반발에 의사업무량 상대가치점수를 3385.8점으로 재조정했다는 점이다. 현재 위를 절제하는 개복술의 상대가치점수의 최고점이 2239.92점이다.
과거 위를 절제하는 개복술에 비해 업무량이 적은 만큼 상대가치를 낮게 책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순식간에 뒤바뀐 셈이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의협의 안을 수용했다는 의견이 전부다.
적응증도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당초 적응증을 선종 및 2cm이하의 조기 위암으로 한정했다.
소화기내시경학회가 연구결과를 내놓지 못하자 외국의 사례를 적용해 이러한 기준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를 통해 적응증은 식도와 대장까지 확대됐다. 이 또한 의협의 안을 수용했다는 것이 근거의 전부다.
끝없이 이어지는 책임론…"명확한 근거 제시해야"
하지만 의협도 이러한 조정의 근거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 관련 학회의 의견을 들어 상대가치점수를 산정했다는 것이다.
결국 복지부는 의협이 내놓은 점수를 수용했고 의협은 학회의 의견을 수용했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 의료계의 의견을 존중해 의협의 제출자료에 입각했다"면서 "외과학회측과의 협의 여부는 의협측에 문의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회들의 입장은 이와 다소 다르다. 의협이 일방적으로 의사업무량에 대한 상대가치점수를 책정했다는 반응이다.
한 학회 관계자는 "외과적 수술보다는 상대가치점수를 높여줄 수 없다는 것이 의협의 의견이었다"며 "하지만 한순간에 의견을 바꿔 복지부에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에 대한 논의에 우리 학회는 빠져있었다"며 "합의됐다고 하는 부분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ESD 논란에 대해 복지부도, 의협도 이리저리 공을 돌리고 있는 상횡이 연출된 셈이다.
또 다른 학회 관계자는 "지금으로써는 ESD 수가를 조정해야 할 어떠한 근거도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환자를 인질로 잡고 배수진을 친 소화기내과가 완승을 한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상대가치점수 등 수가산정을 하거나 정부 정책을 수립하는데 복지부가 상당히 안좋은 선례를 남긴 셈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ESD 수가 조정과 적응증 확대를 놓고 의료계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30일 개최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이같은 안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