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뻔한데 협상은 해서 뭐하나. 공단의 협상 행태부터 고쳐라."
본격적인 내년도 수가 협상을 앞두고 의약 단체장들과 공단의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30일 의사협회, 병원협회, 약사회 등 6개 의약 단체는 서울가든호텔에서 건강보험공단과의 단체장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수가 협상 돌입을 알렸다.
상견례에는 의협 경만호 회장, 병협 성상철 회장, 간호협 신경림 회장, 한의협 김정곤 회장, 약사회 김구 회장, 치협 김세영 회장이 나왔다.
공단 측에서는 한만호 수가급여부장, 박병태 급여상임이사, 그리고 공석으로 남은 이사장을 대신해 한문덕 기획상임이사가 참석했다.
덕담이 오갔던 전년도와 달리 올해 상견례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의협 경만호 회장이다.
공단의 기념 촬영 요청에 "지난 1년동안 악수를 많이 해 봤다"면서 "맨날 협상 결과가 뻔한데 웃으며 손잡고 해봐야 뭐하냐"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경 회장은 촬영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공단의 협상 태도를 도마 위에 올렸다.
경 회장은 "신뢰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데 공단 재정위원회에서는 평균 수가 인상률과 총 액수를 말 안해준다"면서 "우리는 맨땅에 박치기하는 식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이상 부대조건을 내건 협상에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경 회장은 이어 "공단이 벌써부터 회계투명화 부대조건을 의협이 지키지 않은 것처럼 말을 흘리고 있다"면서 "요즘 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의원의 회계 투명화는 잘 돼 있는데 부대조건 받으라는 식으로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 회장은 "재정위원회가 수가 협상을 다 통제한다고 하면 그냥 재정위원들이랑 협상을 해야지, 옆방에 재정위원을 두고 왔다갔다 하면서 협상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차라리 공개 석상에서 협상을 하자"고 제안했다.
병협 성상철 회장은 "저수가 정책에서 벗어나 적정 수가와 적정 급여를 줘야 선진국 수준으로 복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며 공단이 재정의 규모를 키워줄 것을 당부했다.
약사회 김구 회장은 공단이 협상에서 아무런 논리와 근거가 없다고 몰아세웠다.
김구 회장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저수가 상황을 견뎌왔지만 공단은 근거도 없이 의약품 관리료와 복약지도료를 깎으라고 주장한다"면서 "회원들은 이런 형식적인 협상에 왜 참석하느냐는 소리까지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공단은 "단체장의 지적 사항을 적극 반영하겠다"면서 "3~4차까지 협상을 끌어가며 제로섬 게임을 하지말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