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원장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다. 검찰의 간접살인이다."
1일 오후 5시 전국에서 모인 의사 50여 명은 서울 종각역 앞에 모여 최근 리베이트 쌍벌제 수사를 받은 후 끝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모 원장을 추모하며 촛불을 들었다.
경기도에서 개원한 김 원장은 지난 9월 22일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후 자살했다.
이날 집회에 모인 의사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흰색 의사가운을 입고 가슴에는 검은색 리본을 달았다.
자신을 평범한 개원의라고 밝힌 의사는 "김 원장의 자살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제2, 제3의 김 원장이 나와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를 추최한 전국의사총연합 노환규 대표는 "김 원장은 지난 7월 22일 검찰의 1차 소환 이후 2차 소환 통보를 받고 자살을 시도했었다"면서 "또 다시 검찰에 출석한 김 원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기까지 40여일간 구속됐고, 이는 그를 자살로 몰아갔다"고 밝혔다.
김 원장이 검찰에서 주장했듯이 1억원은 리베이트가 아니라 집 구매를 위해 빌린 돈이었는데 검찰이 이를 리베이트로 몰아 강압적인 수사를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월 평균 1천만원의 약제를 처방하는 의료기관에 도매상이 1억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면서 "고인은 집행유예 선고 이후 의사면허 취소가 된다는 사실에 더 낙담해 죽음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모 개원의는 "김 원장을 죽음으로 내몬 검찰을 가만히 둬선 안 된다"면서 "리베이트 쌍벌제 등 우리나라의 제도와 법은 언제라도 제2의 김 원장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종각에서 집회를 마친 후 계동 복지부까지 거리행진 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촛불집회에 대해 다소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유가족도 고인의 죽음에 대해 더 이상 이슈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인파가 많이 몰리는 장소에서 집회를 열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이와 함께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으로 의사들의 리베이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한 상황에서 거리에서 집회를 함으로써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경기도 한 개원의는 "자살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리베이트 쌍벌제로 몰아 집회까지 여는 것은 반대"라며 "억울한 측면에 대해 검찰에 문제제기할 수 있지만 집회를 통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한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의사가 구속까지 된 것은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유가족과 리베이트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을 고려할 때 집회까지 필요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