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사 약 팔기' 열풍이 국내 상위제약사에서 중소제약사로 옮겨붙고 있다.
리베이트 규제, 약가 인하 등으로 외형 손실이 불가피해지면서 너도나도 외자사에 'SOS'를 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런 현상을 정부의 지나친 산업 간섭이 낳은 폐해라고 지적했다.
당장의 외형 유지는 이뤄지겠지만 결국에는 '판권회수'라는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000억원대 안국약품은 10월부터 대형 오리지널 2품목을 한국아스텔라스제약에서 얻어와 공동판매하기로 했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는 이미 연간 400억원 이상 처방이 발생하는 약이며, 또 다른 품목인 과민성방광증상 치료제는 3년만에 관련 시장에서 1위를 꿰찬 대형 품목이다.
안국약품 어진 사장은 "이번 제휴가 제약업계가 직면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좋은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휴온스도 10월부터 한국다케다제약의 골다공증 신약을 공동판매하기로 했다.
이 약은 이미 보령바이오파마가 산부인과의원에서 팔고 있는데, 휴온스의 가세로 업계 최초로 한 약에 대해 두 곳의 국내 제약사가 판촉활동을 벌이는 사례가 됐다.
이 밖에 환인제약도 한국산도스(노바티스 제네릭 사업부)의 복제약을 공동판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 국내 제약업계를 궁지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국내-다국적사 간의 품목제휴에는 불공정 계약이 많은데 정부 규제로 산업이 위기에 몰리다보니 더 안 좋은 조건에도 계약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A제약사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제휴를 맺고 있지만, (다국적사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다국적 B제약사 임원도 이런 지적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
그는 "최근 이미 공동판매를 하고 있는 제품에도 제휴를 하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조건이 제일 좋은 곳에 품목을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 다국적사에서 일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달려드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