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가 올해 수가협상에서 '읍소' 전략을 취하고 있다.
4일 약사회는 공단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지난 30일 상견례 이후 본격적인 공급자와 보험자 간 협상 시작을 알린 것.
약사회 협상단은 박인춘 상근보험부회장을 필두로 고원규 보험이사, 김영식 약국이사, 엄태훈 기획실장이 나섰다.
공단 측은 박병태 급여상임이사, 전종갑 보험급여실장, 조용기 재정관리실장, 한만호 수가급여부장이 참석했다.
1시간여 정도 진행된 1차 협상에서는 서로 간의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마무리 됐다.
약사회 고원규 보험이사는 협상 내용을 짧게 '읍소'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는 "의약품 관리료 등 협회의 애로사항을 주로 말했다"면서 "조제료를 잠식하고 있는 카드 수수료 문제나 유효 기간이 지난 약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현실 등을 읍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카드 마일리지에서 3년치를 소급해 소득세를 내라고 한 정책도 약사들에게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주로 과소 평가돼 있는 비용 측면을 부각시켰다"고 전했다.
공단 측은 의약품관리료의 경우 환산지수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 상대가치점수에 따른 인하이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논의할 주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원규 이사는 "의약품관리료 인하는 환산지수 때문이 아니라고 말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가 협상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라면서 "2차 협상에서는 공단 측의 입장을 들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의약품관리료 인하에 따른 수입 손실분의 정확한 추계를 우선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 이사는 "의약품관리료로 월 100억원씩 깎인다고 하지만 실제 120억원이나 130억원이 깎일 수도 있다"면서 "그런데도 아직 공단은 정확한 추계 자료를 안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병협 사과 있어야 공급자협의회 참여
한편 약사회는 올해 수가 협상에서 공급자협의회에 참여 의사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고원규 이사는 "의협과 병협이 편을 들어주지 않고 약사회 쪽 수가를 한푼이라도 더 깎으려고 해서 파행에 이른 것"이라며 "의협과 병협의 사과가 없으면 공급자협의회 참여는 없다"고 못박았다.
의협의 작년 수가협상의 부대조건 미이행에 따른 패널티 주문도 이어졌다.
고 이사는 "약사회는 환산지수 공동 연구 등 부대조건을 성실히 이행했다"면서 "타 단체가 부대조건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는 패널티를 줘야 형평성과 공평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이어 "의협은 회계 투명화 등이 부대조건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너무 다른 것으로, 자기들만의 생각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산지수 공동연구 결과, 수가 반영은 안해
10월 말 도출될 예정인 환산지수 공동연구 결과가 이번 수가에 반영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고 이사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미 공단에 한차례 중간 보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환산지수 연구에는 수가를 인상할 요인이 상당히 많다고 본다"면서 "다만 이번 연구는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연구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수가에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2차 협상은 금요일 오전으로 잡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