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과 대체요법이 함께 쓰이고 있는데 '지금 받고 있는 표준치료를 중단하고 이 방법으로 치료 하세요'라고 말하면 사이비입니다."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배종면 교수는 20일 "최근 암환자의 가족들은 인터넷 세대다.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정보에 무리없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사이비 요법이 오히려 판을 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암협회(ACS)가 발간한 암 관련 보완대체요법 책의 책임번역을 맡아 최근 '암의 보완대체요법'을 발간했다.
2006년 9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약 4년에 걸쳐 번역작업이 이뤄진 이 책은 총 10장으로 나눠져 있으며 암 환자에게 주로 사용되는 보완대체요법의 역사적 배경, 부작용, 판단을 위한 과학적 근거 등이 들어있다. 환자와 의사 모두를 위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
배 교수는 "치료효과가 있으면 표준치료법에 당연히 들어오게 된다"며 "치료약이나 방법은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전까지는 효과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표준치료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동물실험과 1상부터 3상까지 임상시험을 거친 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단순히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1회성 수기, 일화적 보고는 근거수준이 약하기 때문에 치료효과가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것.
배종면 교수가 700쪽이 넘는 방대한 약의 보완대체요법 번역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폐암말기 진단을 받은 자신의 형을 지켜보면서이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보게 된 형님이 가슴이 아프다고 해 만져봤을 때 배 교수는 의사로서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형님에게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형님은 폐암 말기였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형님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도원 등과 같은 보완대체요법에 의존했다.
배 교수는 "형님이 하고 있는 보완대체요법에 대한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실제로 그 방법이 도움 되는지 얘기를 해줄 수 없었다"며 "암 환자를 옆에서 지켜본 경험을 해본 사람으로서 하루라도 빨리 번역해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당뇨병 환자에게 한약을 처방하면서 간손상 위험을 설명하지 않은 한의사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며 약물의 상호작용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한약은 여러가지 약제를 달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약의 화학구조가 분명한 양약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시스템적인 해결책에 대한 대화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몸에 좋다는 모든 것이 환자에게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와 주치의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제 약물 부작용 관리에 대한 시스템으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하고 있는 의약품처방조제지원서비스(DUR)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관리는 처방약에 한정 돼 있다.
배종면 교수는 "올 12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생길 예정인 것으로 아는데 이런 기관이 활성화 되면서 약물 부작용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이를 근거로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암의 보완대체요법'은 대한암협회 홈페이지(http://www.kcscancer.org/)에서 무료로 다운받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