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전략기획실 출신의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사장으로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면서 삼성서울병원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는데는 공감하면서도 병원에 사장직을 신설한 것에 대한 반감이 교차하고 있는 것.
삼성그룹은 최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 겸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단장에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임명했다.
윤 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과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조정실장, 삼성전략기획실 홍보팀장을 거쳐 삼성석유화학 대표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삼성서울병원 태동 이래 최초로 경영 전문가 사장이 부임하면서 병원 내부는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과연 그룹이 혁신 전문가로 불리는 경영인을 병원장과 동일한 사장급으로 긴급 투입한 저의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는 것.
삼성서울병원 주요 보직자는 26일 "병원에 경영 전문가가 부임하면서 교수들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며 "특히 일부 보직자는 과연 자신이 신임 사장 밑에서 보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병원장이 사장급이라는 점에서 과연 그룹이 어떠한 의도로 윤 사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병원의 효율적 경영을 돕기 위한 방안인지 관리 감독을 위한 수단인지 분석하며 우려와 기대를 쏟아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선 교수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다수 교수들은 우선 상당한 반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일부는 개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한 진료과장은 "한국의 의료기관은 비영리 법인이라는 점에서 공공적인 역할이 강하다"며 "과연 기업인 출신이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조직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의사 사회는 일반 기업의 조직과는 완전히 판이한 구조"라며 "솔직히 상당한 분란이 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영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삼성서울병원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진료과장은 "병원장과 지원총괄 사장이 공존하면 아무래도 그룹사내에서 삼성서울병원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며 "향후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거나 병원의 업무를 수행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군대에서도 별을 달면 병과가 없어지는데 의사냐 아니냐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며 "지금까지 병원을 살펴보면 경리는 있되 경영자는 없었다는 점에서 한단계 도약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