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당뇨환자 단독요법에 메트포민을 먼저 쓰라는 정부 고시가 시행된지 4개월 가량 지났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시 전과 후를 비교해도 SU와 메트포민계 대표 당뇨약에서 이렇다할 변화가 보이지 않은 것이다.
당뇨치료 단독요법이 대부분 개원가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개원의들이 정부 방침에 무조건 따르기보다 소신 진료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SU와 메트포민계의 대표약 '아마릴'과 '다이아벡스'의 7~9월 원외처방조제액은 기존 흐름과 유사했다.
'아마릴'의 월 처방액은 54억~56억원, '다이아벡스'는 21억~22억원을 기록했다.
고시 후 메트포민 처방 증가로 '아마릴'이 직격탄을 맞고 '다이아벡스'가 큰 폭의 성장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실제 고시 전 당뇨치료 단독요법의 70%는 SU계 당뇨약, 15%는 메트포민이 쓰여 전세가 역전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반면 A내과 원장은 27일 "고시가 변경됐다고 단독요법에 SU계 약물을 못 쓰는 것은 아니다. 또 기존에 SU계 약을 먹던 환자는 고시 이후에도 그대로 처방받을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신규 환자에게는 메트포민을 쓸 가능성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처방은 환자 상태에 따라 전적으로 의사가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한국 사람에게는 SU계 약물이 적합하다는 생각을 가진 의사들이 많다. 일부 개원의는 메트포민으로 처방 패턴을 바꾼 것으로 보이지만 많지는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SU계 당뇨약을 취급하는 제약사 PM은 이런 현상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모 PM은 "정부 고시 발표 후 매출 하락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지만, 예년과 비슷한 처방액을 보고 안도했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동안 설포닐우레아를 많이 써 본 의사들이 약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메트포민을 다루는 제약사 PM은 "신규 당뇨환자가 전체 환자수 대비 매년 10%씩 증가해 기대를 걸었지만 생각보다 큰 변화는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7월 이후 당뇨약 시장은 3제 요법이 인정된 DPP-4 계열이 큰 성장을 보였다. 시판된 이 계열의 약은 자누비아와 가브스가 유일하다.
단 이런 성장세는 출시 이후 계속 지속된 현상으로 당뇨 고시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