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를 신설한데다가 호텔에서 강당으로 자리 옮기고, 점심까지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라 하니 회원들의 불만이 없을수가 없죠. 하지만 결국 가야할 길이 아니겠어요?"
공정경쟁규약과 리베이트 쌍벌제로 상당수 학회들이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신경외과학회가 초 저예산 학술대회를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학회 개최장소를 호텔에서 강당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 학회 초록집을 없애고 주차비 지원까지 철회하는 극단적인 긴축 재정에 들어간 것.
신경외과학회 관계자는 21일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터컨티넨탈호텔에 7~8개 방을 빌려 학회를 열었다"며 "하지만 더 이상 그렇게 학회를 여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솔직히 예산이 절반 이하로 줄어 이제는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하지만 가야할 방향은 맞는 만큼 차라리 한번에 모든 것을 바꾸자는 심정으로 저예산 학회를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신경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우선 호텔에서 서울성모병원 대강당으로 장소를 옮겼고 초록집도 없앴다. 올해가 학회 창립 50주년이지만 이에 대한 기념행사조차 모두 취소했다.
국내 학회 중 최초로 현장등록도 모두 없앴다. 공정경쟁규약에 따른 학회 자기부담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두 사전등록으로 미리 등록비를 받은 것이다.
또한 분과 발표도 3개씩 모아 한번에 발표하기로 했다. 어떻게든 장소 대여비를 아껴보자는 취지다.
아울러 연회비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아예 학술대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다.
연회비 14만원에 학술대회 참가비용 7만원을 납부해야 학회에 참석이 가능한 것이다.
특히 학회는 기존에 평행회비를 납부한 회원들에게도 연회비를 받기로 했다. 과거 회비제도가 없을 당시 입회비 개념으로 받은 금액이니만큼 연회비를 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기타 비용들도 모두 줄였다. 힘껏 허리띠를 졸랐다는 표현이 맞는듯 하다.
우선 학회 참석자들에게 배부되던 주차권을 올해부터 주지 않기로 했고 점심은 서울성모병원과 가톨릭의대 구내 식당을 이용하기로 했다.
학회 관계자는 "학회 개최 전부터 회원들의 불만이 상당했던 만큼 모험적인 시도이기는 하다"며 "솔직히 참석률이 확 떨어질까 걱정도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잘 정착되면 모범적인 학회 운영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 않겠냐"며 "어짜피 가야할 길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