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0시경 대한가정의학회 추계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김일호 회장은 학술대회에 참여한 전공의와 개원의 등을 상대로 전단지 배포에 나섰다.
내용은 '가정의학과 전문의 일반의 화'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따를 경우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일반의로 위상이 격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미래위원회는 지난 8월 1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인턴제 폐지, 가정의학과 정원 확대, 일반의 폐지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의료자원 관리 선진화 방안'를 논의했다.
김일호 회장은 가정의학회 회원들에게 전단을 배포한지 30분 만에 1000부 중 200부를 채 돌리지도 못하고 제지 당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사안도 아닌데 대전협 회장으로서 너무 경솔하게 행동하는 게 아니냐는 이유 때문이었다.
일부 교수들은 정부의 정책이 선진화 방향으로 가는데 왜 그러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김일호 회장은 "일반의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가정의학과 정원을 늘려주겠다고 하면 누가 가려고 하겠냐"며 "현재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논의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모든 것을 수련의, 개원의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환자 선택인데 1차의료라고 하면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전문의가 중요한 시대"라고 못 박았다.
김 회장은 1차의료를 활성화 시킨다는 의도는 좋지만 진정 활성화 해야한다면 3차 의료기관 규제책을 먼저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왜곡은 대학병원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대형병원들이 외래 환자수가 1만명을 돌파했다고 홍보하는데 이게 자랑할 일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김일호 회장은 의대에서 노동법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폈다.
김 회장은 "의사도 노동자다. 언젠가 그 권리를 외쳐야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연봉 등 액수만을 보지말고 일하는 시간 대비 노동 가치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퇴직금, 휴일근무, 주 40시간 근무 등 의대생도 문제점을 느끼고 노동법을 공부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