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도시 기반이 부족해서 어렵고, 자리 좀 잡으려고 하니 다른 개원의가 치고 들어와서 힘들고…"
송도 신도시에서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개원의는 지난 개원 6년간의 소회를 이 같이 밝혔다.
신도시 개원의 경우 얼마나 빠르게 도시기반 시설이 제공되고 주민 입주가 진행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신설되는 버스 노선과 정류장 등은 환자 유치에 상당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직접적인 환자군인 주민 입주는 더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몇 년째 이어져 온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아파트 건립이 완료되어도 쉽사리 입주가 완료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송도 신도시의 경우 여러 아파트 단지들이 현재도 계속 지어지고 있기 때문에, 상권이 완료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에 초기 개원한 개원의들은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
이 개원의는 "자리 잡는다고 초기에 개원을 했지만, 평균 이하의 환자를 봐 왔다"면서 "하지만 어느정도 인구가 유입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개원 초기의 어려운 상황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송도신도시나 발산지구의 경우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대표적 베드타운인자 상가 과분양의 상징인 안산의 경우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 지역의 2004~2006년도 폐업 의료기관 25곳 중 절반인 12곳이 개원한지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택지개발지구인 안산 고잔지구 등은 2000년대 초반 개발됐다.
특히 1년을 견디지 못한 경우도 6곳이나 됐는데, 개원 한달만에 폐업한 곳도 있었다. 게다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폐업한 곳 5곳을 포함하면 70%가 3년내에 폐업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 개원한 이모 원장은 "신도시 지역은 일단 자리만 잡으면 서울보다도 낫다고들 한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자리잡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것이 끝은 아니다. 신도시지역은 끊임없이 신규 개원의사와 경쟁을 해야 하는 구조이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주변이 개발되다 보니 새롭게 개원을 도전하는 의사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송도신도시는 개원 초기에는 없던 피부과가 갑작스럽게 4곳이 들어서면서 서로 같은 환자층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송도신도시의 한 개원의는 "동일한 진료과목 의원이 생기면서 환자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 개원초기보다 더 줄었다"면서 "결국 같은 환자 나눠먹기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개원의는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의사간의 교류나 유대관계도 명맥만 이어져 오는 상황"이라면서 "겉은 번지르하지만 속은 별거 없는 게 신도시 지역 개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