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일괄 인하 정책이 제약산업의 체질 개선이라는 '약'이 되기 보다 제약산업 위축과 고용 위축 등 '독'이 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재선 위원장 주최로 열린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약인가 독인가' 세미나에서는 복지부와 회계법인, 노무법인 등 전문가들이 참석, 제약산업에 미치는 약가 인하 정책의 영향을 분석했다.
권경배 회계법인 태영 이사는 약가 인하에 따른 제약기업의 재무 영향을 분석하며 정부의 주장과 달리 약가 인하가 제약산업에 독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매출액 기준 국내 상위 제약사의 2010년도 재무제표를 근거로 약가 인하 시점에서 향후 3년 동안의 매출 영향을 분석했다.
그는 "재무상황에 악화에 따라 메이저 회사도 생존에 급급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환기 시켰다.
매출액 상위 9개 기업의 2010년 매출액은 총 8조 7449억원이다.
권 이사에 따르면 약가 인하 1차 연도에는 영업이익률이 기존 9.09%에서 1.96%로 7.13%p 하락하고 2차 연도부터는 영업손실이 생긴다.
이어 3차 연도에는 누적 매출액이 9774억원이 감소하고, 누적 영업이익은 9698억원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권 이사는 "재무상황에 악화에 따라 기업 자체의 패러다임도 변할 수밖에 없다'면서 "신약개발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 동력 확보보다는 비용절감을 위해 건강식품과 일반약에 치중하는 생존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약 바이오시밀러사업 등 제약사 본연의 사업영역에서 기존 유통망을 활용해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등 의약외품 사업에 치중하는, 일반 제조 유통회사로 전락한다는 설명이다.
김원기 노무법인 산하 대표는 약가 인하의 영향을 일자리의 부분에서 분석했다.
그는 "제약사의 약가 인하 규모가 2조 5천억원이고 이를 전액 최종 수요 감소로 간주할 경우 제약업계의 직접적인 일자리 수 감소 규모는 2만 1천개 정도로 산출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제약산업과 연관된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까지 제약관련 산업 총 종사자로 산정할 경우 약가 인하와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사업 추진에 따라 일자리 감소 규모는 10만개에 달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U사는 약가 정책에 따라 매출이 30% 감소하자 인력을 5년간 30% 감소시킨 사례가 있다"며 "M사도 보험 수가 인하로 2년후 폐업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명현 전국화학노동자연맹 부회장은 "약가인하 정책은 너무 폭력적이라 악성 실업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노동계가 생존권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약산업이 붕괴되면 최대 피해자는 제약산업 노동자들"이라면서 "건강보험 악화에 대한 책임은 명백히 정부의 정책 실패에 있는데 이를 노동자에게 책임 전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갈원일 한국제약협회 전무이사는 "국민 총의료비 중 약제비는 OECD 평균 477불이지만 우리나라는 430불 수준이다"면서 "GDP 대비 약제비 비중 역시 OECD는 1.5%고 한국 1.4%로 약제비가 높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