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11 당뇨병 국제 추계 학술대회
#1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A교수는 최근 국내서 열린 당뇨병 국제학술대회에서 난감한 일을 겪었다. 한국은 왜 당뇨병이 경증 질환으로 분류됐냐는 한 외국 의사의 질문 때문이다. A교수는 이 질문을 듣고 자리를 뜨고 싶을 정도의 창피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홍제동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1 국제 당뇨병 추계학회.
이 자리에 모인 국내 의사들은 하나같이 당뇨병 경증 질환 분류에 큰 우려감을 피력했다.
심지어는 공개 석상에서 정부 관계자를 향해 격앙된 모습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당뇨병학회 박태선 보험법제이사는 "당뇨 경증 질환 분류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이 당뇨를 가벼운 감기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관리가 필요한 질환을 쉽게 생각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학회 박성우 이사장도 "환자가 병에 걸린 게 죄는 아니다. 그런데 대학병원 오면 똑같은 약이 비싸진다. 약값 갖고 장난하면 안된다"며 일침을 가했다.
S대학병원 내분비내과 모 교수 역시 "국제학회에 참가하면서 (당뇨가) 가벼운 질환으로 됐다는 것이 굉장히 쑥스러웠다. 외국 의사 질문에 답을 할 수 가 없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의사들의 반응은 정부와 마련된 토론회에서도 이어졌다.
경희의료원 모 원로 교수는 시종일관 흥분된 어투로 "국가가 의사 처방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같은 병원 내분비내과 오승준 교수도 "정부는 당뇨를 가벼운 경증 질환으로 분류했는데, 지금 당뇨병 적정성 평가 결과를 하고 있다. 아이러니하다"고 정부 정책을 꼬집었다.
이에 토론회에 참석한 복지부 관계자는 "절대 의사 처방권 제한은 아니다. 다만 한정된 재원 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보험급여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학회 현장 곳곳에서도 이런 반응은 계속됐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재형 교수는 "복지부가 당뇨 경증 질환 분류 등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공을 세우기에 급급하고 있다. 먼 훗날보다는 내가 있을 때 이만큼 재정을 절감했다는 실적을 내기에 연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증 질환 분류 후 한달 보름 정도 지났는데 약값 때문인지 벌써부터 예약된 환자의 부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차봉연 교수도 "당뇨 경증 질환 분류로 환자들의 이탈이 꽤 생겼다. 병원 선택은 환자 마음이지만, 돈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