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간단하다. 추후 계약시 대형 품목을 따내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업체의 이런 움직임은 리베이트 규제 등으로 영업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급증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약값 일괄인하 정책이 시행될 것이 유력해지면서 외형 유지 등을 위해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위 제약사 PM은 24일 "외자사의 대형 신제품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일단 희생이 필요하다. 작은 품목의 공동 판매를 하면서 유대관계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다국적사 대형 신제품이 나오면 국내 상위 5개 제약사가 모두 뛰어든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는 베링거의 DPP-4 당뇨신약 '트라젠타(리나글립틴)'를 차지하기 위해 큰 경쟁이 벌어졌다. 결국에는 유한양행이 선택받았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국내 상위 제약사 PM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이 PM은 "출시가 오래 돼 큰 처방이 안나오는 다국적사 약물도 여러 국내사들이 달려들어 대신 영업을 해주고 있다. 향후 대형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이 비단 국내-다국적사 간의 일은 아니라고 했다. 국내사 끼리도 서로 잘 나가는 품목을 차지하기 위해 은밀한 제의가 들어온다는 것.
이 PM은 "두달 전쯤 우리 회사에서 신약 하나가 출시됐는데, 이 약은 이미 국내 A사와 공동 판매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또 다른 국내 B사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왔다. 이미 계약은 끝났지만 제약계 사정이 어렵다보니 물밑에서 벌어지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혀를 내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