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직원의 실수로 보존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방사선사진 필름을 폐기해 원장이 유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면허정지처분까지 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복지부가 개원의인 권모 원장에게 자격정지 20일 처분을 한 것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서울의 모 보건소는 2010년 권 원장이 2006년경부터 2007년경까지 사이에 촬영한 8992명의 건강검진자 방사선사진을 5년간 보관하지 않고 폐기한 사실을 적발하고, 경찰서에 의료법 위반죄로 고발했다.
복지부는 권 원장이 올해 7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의료법 위반죄로 100만원 벌금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자 20일 면허정지처분을 내렸다.
복지부는 구 의료법 제22조 2항, 제66조 1항 3호 및 8호를 적용했다.
의료법 제22조 2항에 따르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기록부 등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존해야 한다.
또 의료법 제66조 1항 3호는 의사가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한 때에는 1년 이하의 면허정지를 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 의료법 제66조 1항 8호(현 10호)는 의료인이 그 밖에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하면 마찬가지로 1년 이하의 면허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권 원장은 "방사선과 실장이 의료법을 위반해 방사선사진을 폐기했고, 본인이 그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았다 하더라도 진단서나 증명서를 거짓으로 작성하지 않아 의료법 제66조 1항 3호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이어 권 원장은 복지부가 구 의료법 66조 1항 8호를 적용한 것 역시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의원 방사선 실장은 2007년 7월경 내린 집중호우로 지하실 창고에 보관중이던 방사선사진 필름 일부가 물에 젖자 이미 보존기간이 경과한 필름이 있는 곳으로 옮겨 함께 보관했다.
그러던 중 보존기한이 경과한 방사선필름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이 사건 필름까지 함께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복지부가 의료법 제66조 1항 3호를 적용해 의사면허정지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진료기록부를 보존하지 않은 경우는 위 규정에서 정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분명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구 의료법 제66조 1항 8호에 따른 자격정지처분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방사선실장이 원고의 지시 없이 필름을 폐기했고, 원고도 의료법 제91조 양벌규정에 따라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의료인의 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재판부는 "그 위법의 정도도 다른 면허정지사유인 의료법 제66조 1항 1호 내지 7호 소정의 행위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이는 이상 의료법 제66조 1항 8호에 정한 면허정지처분 사유가 된다고 할 수 없다"며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