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사고 환자 입·통원 가이드라인 제정을 두고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맞붙었다.
국토해양부는 자동차사고환자 입·통원 가이드라인을 내년 상반기에 제정하겠다며 사실상 보험업계의 손을 들어주었다.
22일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 5층에서 열린 자동차사고 환자 입·통원 가이드라인 활용방안 토론회에서는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팽팽히 맞섰다.
이날 의료계는 가이드라인이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대했지만, 보험업계는 나이롱 환자를 줄이기 위해 법적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자동차사고 환자 입·통원 가이드라인에 대해 자동차사고 가해자는 90.9%, 피해자는 83.5%가 수용의사를 밝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돼, 의료계를 자극했다.
이에 대해 병협 박상근 부회장은 "자동차사고 환자 중 가짜가 많다는 잠재의식이 있는 상황에서의 설문은 답이 뻔하다"고 비판했다.
박 부회장은 "유독 자동차보험 환자에만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겠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면서 "특히 법적 구속력까지 부여할 경우 의료가 와해되고 환자의 치료의 권리가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의협 나춘균 자보협의회장 역시 "보험사의 적자, 피해자와 의사들의 도덕적 해이, 일본에 비해 입원률 10배, 병실 부재자 환자 문제들만 부각시켜 조사의 신뢰가 떨어진다"면서 "조사 대상자들의 이해 부족 상태에서 설문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이드라인은 무상의료 국가나 사회주의 국가에서 사용하는 제도이지만, 이를 강제하지는 않는다"면서 "국토해양부는 강제보험이 아닌 자동차보험에 앞장 서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삼성화재 김만영 상무는 "의사의 허위청구가 아니라 의사가 말하기도 전에 입원하겠다고 하는 일반 국민의 무감각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역할을 의사가 해달라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15년, 20년 지속된 문제이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법령으로 제도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부화재 허대회 부장은 "보험사가 새벽에 환자가 있는지, 없는지 불시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병원장을 고발하는 힘든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는 제대로 된 기준이 없어서 그렇다"고 강조했다.
허 부장은 "가이드라인에 대해 보험업계도 불만이 많다. 의사의 재량권을 인정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의료업계와 보험업계가 이제 상생을 하자"고 의료계의 수용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국토해양부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최봉기 자동차보험팀장은 "정부는 부재환자, 장기입원 등 과잉진료를 방지하기 위한 입원 기준과 진료비 심사를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