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이 올해 영업 전략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4월 예정된 '반값약(약값 일괄인하)' 정책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은 비용 절감이라는 대전제 아래 키닥터·메인학회 우선 관리, 공익사업·학술상 규모 축소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진행 과정들이 외부로 새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행여나 이런 움직임이 의료계의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제약사 영업본부장 2명과 다수의 마케팅 부서 직원들을 만나 올해 사업 전략을 들어봤다.
제약사들 "힘 있는 의사만 선택, 집중 관리하겠다"
국내 A제약사 영업본부장은 올해 영업 전략을 '키닥터 관리'라고 잘라 말했다. 이전과 달리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 영업본부장은 "올해부터는 메인 학회 위주로 마케팅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챙기되 그 밑에 전문학회인 한국임상성학회 등은 참여하지 않는 식이다. 현재도 그렇게 운영하는 회사가 많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그는 키닥터 관리 수위는 더욱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의사를 관리 못할 바에는 힘 있는 의사에 집중해 파급력을 노리겠다는 심산이다.
그는 "메인 학회 참여는 키닥터 관리와 일맥상통한다. 예전에는 최대한 많은 의사를 관리하려 했지만, 약값 인하로 예산이 없는 만큼 상황에 맞는 운영을 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외자 제약사에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계가 우려했던 공익사업과 학술상 규모를 줄인다는 곳도 상당했다.
B제약사 당뇨사업부 PM은 "해왔던 것과 주던 것을 당장에 안 할 수는 없다. 다만 금액을 다소 낮추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고, C제약사 항암제사업부 PM은 "올해 공익사업은 사업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다국적 D제약사 영업이사는 "사업성이나 이익이 없는 품목은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제품을 맡고 있는 담당 직원들이 타 부서로 넘어가거나 일부 감원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의료계 "제약 영업 위축, 의학 발전에도 손해"
이런 제약계의 영업 방침에 의료계 인사들은 우려감을 보였다.
비만학회 한 임원은 "이미 우리 학회는 전력투구 대상에서 제외된 것 같다. 시부트라민 등 약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후원 요청에 대한 호응이 없다. 소외받는 학회가 늘어나다보면 학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서울성모병원 한 교수도 "제약계의 위축된 영업 환경은 의사들이 최신 지견 등의 정보를 신속하게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 해외 학회 지원 축소 등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익사업의 경우 의료 정책에 대한 환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처방과 관련없는 것이다. 하지만 제약업계가 약값 인하로 이런 부분을 줄인다면 운영에 상당히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정부의 급진적인 약가인하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한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모 교수 역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값을 확 깎아버리면 관계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키닥터 위주로 영업 전략을 짠다면 이들에게 리베이트 등의 편법 지원이 물 밑에서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