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국가고시 중 부정행위를 하면 향후 2년동안 시험을 칠 수 없다는 의료법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처벌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과 부정행위 당사자의 의도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이는 10일 대전 만연중학교에서 2012년도 의사 국가시험을 보던 E의대 본과 4학년 A씨가 주머니에 MP3 플레이어를 갖고 있다가 시험 감독관에게 적발돼 퇴실조치를 당한 일이 알려지면서다. 시험 도중 A씨의 MP3가 켜져 있었던 것.
A씨는 부정행위를 할 의도는 없었기 때문에 시험을 계속 보게 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험감독관은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퇴실조치를 내렸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A씨는 시험자격 박탈과 함께 앞으로 의사국시를 2회 칠 수 없다.
E의대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은 없다. A학생이 개인적으로 행정심판을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2년동안 시험을 치를 수 없는 것이 가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관계자는 11일 "시험이 이틀에 걸쳐서 진행되기 때문에 퇴실 조치가 있었다는 보고만 받은 상황이다. 규정에 따르면 시험 중 휴대전화, MP3 같은 전자기기를 갖고 있으면 안된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 본인의 자술서와 해당 감독관의 확인서가 오면 의료법에 따라서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다. 시험시작 전 전자기기를 수거까지 하는데 왜 현명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답답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조치는 의사국시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토익(TOEIC), 일본어능력시험 등 어학능력시험이나 사법고시 같은 국가고시에서도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일정기간 시험을 칠 수 없다. 의사국시에만 해당하는 가혹한 처벌이 아니라는 것.
한편, 이번 처분 수위를 놓고 의료계에서는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대 의대생은 "시험 규정을 어겼다는 잘못이 있지만 시험을 칠 수 있는 권한까지 박탈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도 "전자기기를 휴대하면 안된다는 규정의 취지 자체가 시험에 부정하게 사용하는 것을 처벌하기 위한 것 아닌가"라며 "시험치는 권리까지 박탈하기 보다는 시험 후 MP3 내용을 들어보고 악의성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기를 소지하면 처벌받는다는 '불법무기소지죄'를 예로 들었다.
칼은 흉기이기 때문에 갖고 다니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야영이나 캠프에 칼을 들고 갔다고 해서 불법무기를 소지했다고 신고하지는 않는다. 사회적 관념 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국시원 관계자는 "현재 의료법은 부정행위로 적발된 당사자의 악의성 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내리게 돼 있다. 행위의 경중에 따라 처벌에도 차이를 두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