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를 철저하고 잔인하게 (근절)하겠다."
보건복지부 손건익 차관이 리베이트 근절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극약 처방'을 통해 제약사 스스로 R&D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복지부 손건익 차관은 건강보험공단에 조찬 세미나에 참석,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특강을 펼쳤다.
손 차관은 정부의 약가 일괄 인하 추진을 주요 화두로 삼았다.
리베이트 등 불필요한 약가가 건보 재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어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
재정 지출에 악영향…리베이트 근절이 해답
그는 "한국은 860개 제약사가 카피 약을 다 만들고 있고 도매상은 1900여개에 이른다"면서 "병의원은 도매상과 품목별로 계약을 하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손 차관은 "이런 상황에서 제약사는 약을 특화하거나 전문화하지 않기 마련이고 도매상은 의료기관에 리베이트를 제시하는 전략을 취했다"면서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기업 운영이 아니라 장사를 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리베이트 때문에 국민에 불필요한 약을 먹이려고 한다"며 "지난해 13조원의 약가 중 4조원 이상의 약이 안 먹어도 되는 약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100원을 리베이트로 뿌리면 300~400원을 이익으로 버는 구조가 무분별한 약의 처방과 약가 지출의 증가를 가져왔다는 것.
손 차관은 "리베이트가 재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통제가 필요하다"면서 "리베이트 차단이 제약사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에 철저하고 잔인하게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선업, 반도체 등 개방해서 망한 것은 없다"면서 "옥석을 가려 R&D에 노력한 회사는 키우고 그렇지 않은 회사는 도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의료정책 일관성 없어…통렬한 자기 반성 필요"
한편 과거 보건의료 정책 추진에 있어 '일관된 철학'이 없었다는 점에서 통렬한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손 차관은 "건보 정책에 있어 공단과 복지부 모두 분명한 철학과 소신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의료기관 등 공급자 통제를 수가 위주로 해왔기 때문에 비급여 항목 증가에 따라 국민 부담 역시 커졌다는 것. 또 병의원은 경영난으로 리베이트를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까지 조성됐다.
그는 "수가를 통제하는 사이 의료기관은 비급여 항목을 늘렸고 국민 부담은 늘어났다"면서 "학자와 정책자 모두 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손 차관은 "가격 위주로 수가를 통제하기 때문에 병의원은 리베이트를 당연한 권리로 생각한다"며 "수가 통제로 인해 의료 질 하락과 함께 비급여도 늘어난 것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의료자원 관리 역시 실패했다"고 자인했다.
매년 3200명의 의사가 배출되지만 레지던트 정원은 4500명에 달해 효율적인 자원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손 차관은 "레지던트 정원이 늘어난 것은 복지부 잘못"이라면서 "레지던트 지원에서 떨어지면 재수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CT나 MRI 보급 대수는 세계 3위 안에 들 정도로 진단 장비는 늘고 있는데 아무도 통제를 안 했다"면서 "중고 기계 관리 기준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