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성적은 잘 나왔니?" "결혼은 언제하니?" "2세 계획은 어떻게?"
명절에 가족, 친지들끼리 모였을 때 듣기싫은 말 'best 3'이다.
그렇다면 의사들이 명절에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어떤 것일까?
19일 메디칼타임즈는 설 연휴를 맞아 의사 독자들에게 무작위로 '의사, 명절모임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무엇?'이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그중 눈길을 끈 답변은 "너, 의사니깐 돈 잘 벌지?"라는 것이었다.
이 같이 답한 모 개원의는 "전문직 특성상 돈을 잘 벌 것이라고 생각해서 무심코 던지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데 자꾸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공동개원하면서 병원 규모를 확장한 것을 보고 친척들이 돈을 엄청 잘 벌겠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조용히 듣기만 했다"면서 "속으로는 투자한 돈이 얼만데 싶어서 쓴웃음만 나왔다"고 전했다.
산부인과 모 개원의는 "'누구는 병원 새로 지어서 이전했다던데 병원은 잘 되니?'라고 물을 때 솔직히 듣기 싫다"고 했다.
이는 최근 과열된 개원 경쟁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수년 전 대출도 갚지 못한 상황에서 병원을 확장 이전 했다는 소식이 달갑지 않다고 했다.
또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어디가 아프데 어떻게 해야하냐'는 등의 질문을 받을 때 가장 싫다는 답변도 상당수 나왔다.
매일 환자들과 대면하는 것도 지치는데 가족, 친지들과 있을 때 만이라도 아프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을 터.
모 교수는 "가족이나 친척들의 이런 질문을 막는 방법은 '그 정도로는 안 죽는다. 죽을 병 아니면 묻지 마라'고 잘라서 말하는 게 나만의 대처법"이라고 소개했다.
전공의들 역시 '가장 듣기 싫은 말'로 질병에 관한 문의와 함께 병원 소개 요구를 꼽았다.
한 흉부외과 전공의는 "의사라고 모든 병원을 잘 아는 게 아닌데, 병원 좀 소개시켜 달라고 할 때 솔직히 귀찮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가정의학과 전공의는 "가족이나 친척들끼리 정확하지 않은 의학정보를 공유하면서 서로 진단, 처방을 내릴 때"라고 답했다.
최근 인터넷 발달로 인해 환자들이 의학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가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다.
재활의학과 한 전공의는 "병원과 관련된 얘기는 모두 싫다"고 말해 현재의 수련 생활이 녹록치 않음을 드러냈다.
피부과 개원의 K씨는 "아내가 '잠 좀 그만 자라'고 하는 말"을 꼽으면서 "연휴를 앞두고 환자가 몰려 힘들었다가 좀 쉬고 싶은데 잠만 잔다고 할 땐 야속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