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폭행방지법안이 국회에서 낮잠 고 있는 가운데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수난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지방에 근무하는 인턴 K씨는 2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는 "또 환자, 보호자와 싸웠다. 정확히 말해 목소리 한번 높인 적 없이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 것이지만…"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이번에도 역시 단순 교통사고 타박상 환자다. 입원 안된다고 귀가시키려다 보호자들이 아픈 사람을 집에 가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난리쳤다. 항상 똑같은 레퍼토리다"고 꼬집었다.
그는 "다리 아파서 걸을 수도 없다더니 진통제는 거부하고, 나를 때리려고 난동 부릴 때는 날아다니는 수준이더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환자 보호자가) 던진 휴대폰에 맞아서 몸이 부은 것을 사진 찍고, 기록을 남겨놨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행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망할 경찰은 역시 늘 그렇듯이 와서 뒷짐만 지고 있다 가고, 사건 처리해봐야 제대로 안해주고 미적거릴 게 뻔하다"면서 "사실 환자야 술에 취했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지만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경찰이 더 짜증난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모 동료의사는 "우리나라 만큼 의사를 노예처럼 부려먹기만 하고 보호해주지 않고 희생을 강요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사실 진료현장에서 벌어지는 의사폭행에 대해 가중처벌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의사들은 번거롭고 복잡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넘겨왔다"면서 "그러다보니 일반인들은 병원에서도 큰 소리쳐도 되는 줄로만 인식해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의대 권용진 교수는 "응급실 폭력 금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며 "3년전 입법을 추진했다가 환자에게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중단됐는데 다시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발의한 의료인 폭행 금지법안 역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