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간호사 국가시험 문제가 교과과정을 담은 정형화된 내용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창작성은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문제은행에서 출제돼 독창성이 없다 해도 그 문제를 교수들이 일부 수정, 보완하는 한 최소한의 창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최근 국시 문제를 복원해 기출 문제집을 발간한 출판업체 3곳에 각 1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보유한 저작권을 위반한 만큼 이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다.
이번 사건은 과연 국시 문제가 저작권이 있는가가 관건이었다.
출판사 측은 국시 문제가 의대, 간호대 교과과정을 담은 정형화된 내용이며 문제은행에서 지속적으로 선별해 출제하는 만큼 저작권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대법원은 '저작물은 독자적인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하며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창작물이라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출판사 측이 국시 문제가 저작권이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그러나 재판부는 문제은행에서 선별한 문제를 교수들이 수정, 보완한다는데 주목했다. 정형화된 내용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출제 과정을 볼때 최소한의 저작권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물론 국시문제는 의대, 간호대 교과과정이 요구하는 정형화된 내용인 것은 분명하지만 의대와 간호대 교수들이 문제은행에 저장된 문제들 중 일부를 선정해 수정, 보완 작업을 거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정된 문제나 답안의 표현은 최소한의 창작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따라서 국시 문제는 저작권법에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된다"며 "수험생들의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문제를 복원해 게재했다 해도 저작물 복제로 봐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어 "특히 책의 제목 또한 기출문제를 수록하는 것으로 명시했으며 영리적인 목적으로 책을 판매한 이상 고의성과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각 벌금 1천만원을 부과했다.
한편, 국시원은 지난 2010년 의사, 간호사 국가시험 기출문제를 재구성해 문제집을 낸 출판사와 편저자 등을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