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 진출한 몇몇 거대 다국적제약사들이 복제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만 해도 올해 7개의 복제약을 국내에 내놓는다고 했다.
새 합성의약품 개발의 어려움, 높은 제네릭 시장 성장률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과감히 '오리지널 회사'라는 자존심을 버린 것이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정반대다.
정부는 국내제약사의 갈 길은 신약 개발이라고 단정하며, 이 분야에 대한 R&D 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각종 혜택도 신약 개발 회사에 몰아주고 있다.
손건익 복지부 차관은 2일(어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조선·반도체·자동차 산업 초창기에는 그 누구도 성공을 생각 못했다. 제약산업 역시 지금은 불만을 토로하지만 현재 인력, 기술력 등이라면 충분히 세계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블록버스터는 아니더라도 특화된 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내 제약업계의 우려의 목소리는 높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근시안적 행정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한 관계자는 "제네릭도 엄연한 미래 성장 동력이다. 하지만 정부는 리베이트 등의 이유로 복제약 산업을 죽이려 한다. 정상적인 영업을 못할 정도로 규제를 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신약 개발은 내수 시장에서의 안정을 기반으로 한다. 무작정 신약만 개발하라고 하면 국내 제네릭 산업은 붕괴된다"고 걱정했다.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모 인사는 "고령화 사회 등 의료 환경 변화로 다양한 치료 옵션의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아직은 의사들의 오리지널 선호도가 높지만 점차 정부 정책 등으로 인해 제네릭 처방을 권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산업은 균형이 맞게 발전하는 것이 옳다. 한쪽을 죽이고 한쪽을 살리는 정책은 오류를 범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오는 2015년 전세계 제네릭 매출이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을 최근 내놨다.
특히 올해를 기점으로 브랜드 의약품 특허가 급격히 만료될 예정이므로 관련 기업들은 이에 대한 파급효과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