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대 의협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나현 서울시의사회장의 행보에는, 경만호 현 의협 회장의 출마가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 집행부에서 일해 왔으며, 지지층도 일정 부분 겹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두 회장이 동시에 선거에 나올 경우 표심의 향배에 상당한 영향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나 회장은 지난 7일 의협 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경만호 의협 회장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시각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선을 그었다.
그는 의협 부회장으로서 경만호 회장과 한 배를 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누구 한 사람을 위해서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서울시의사회장으로 뽑아준 회원들에 대한 신의를 지키기 위해 남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나 회장은 현 집행부의 일원으로 "지금 집행부가 추진한 좋은 정책은 계속 끌고 나갈 것"이라면서 밝혔다.
만성질환 건강관리제(선택의원제)에 대해서는 "리베이트 줄인 비용을 의원급에 돌려주기 위해 시행된 제도"라면서 "병협이 반대해야 할 부분을 개원의가 반대하고 있다"고 수용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 회장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지만, 현 집행부의 긍정적인 성과물은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회장이 바뀌면 1년간 우왕좌왕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회무의 연속성도 강조했다.
나 회장의 이 같은 입장은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회원의 표심을 가져오겠다는 의중이 반영되고 있다. 현재 의협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다른 후보의 차이점 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구도는 경만호 회장이 출마할 경우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두 회장 모두 구의사회, 시도의사회 등 의료계의 지도자로의 전형적인 단계를 밟아왔고 같은 집행부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지지층이 상당부문 겹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두 보수 성향의 후보가 동시에 출마한다면 표가 분산되면서 필승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나 회장 역시 이런 점에 촉각을 세우면서 주목하고 있다.
경만호 회장은 아직 의협 회장 선거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오는 23일 선고가 예정된 횡령 의혹에 대한 2심 재판 결과에서 무죄가 선고된다면 명예회복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경만호 회장이 출마한다면 이번 선거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면서 "이렇게 되면 나 회장의 입지가 다소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