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부터 혈액투석 기관을 대상으로 한 3차 적정성 평가가 이뤄지지만 본인부담금 면제 행위 등 불법행위를 일삼는 부실 기관을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적정성 평가 지표가 전년도 지표를 일부 보완하는 수준인데다가 평가 결과에 따른 가감지급도 안돼 사실상 제재 수단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윤구)은 가톨릭대 성의교정에서 '2012년도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 설명회'를 갖고 평가 방법과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2010년 적정성 평가에서 나온 혈액투석 기관의 문제점은 기관별 질적 편차가 크다는 것.
의사 1인당 1일 투석횟수가 100회를 넘기거나 혈액투석 전문의가 없는 기관이 24%에 달하는 등 혈액투석 의료기관의 질적 편차가 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올해 3차 평가에서는 지난해 지표와 대비해 혈액투석 전문의 비율과 간호사 1인당 1일 평균 투석횟수, 수질검사 실시주기 충족률 등의 지표들이 보완됐다.
하지만 보완된 지표에도 불구하고 적정성 평가를 통한 혈액투석기관의 '옥석 가리기'는 힘들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 지표는 평가값 산출에만 쓰일 뿐 사실상 제재 기능은 없기 때문이다.
"적정성 평가 후 의료 질 떨어진다?" 평가-질 역전 현상
실제로 2008년도부터 시작된 혈액투석 기관의 적정성 평가에서 해를 거듭할 수록 평가 항목별 의료 질 저하 등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9년과 2010년에서 적정성 평가가 이뤄지는 사이 혈액투석 전문의 비율은 76.1%에서 70.2%로 떨어졌다.
의사와 간호사의 1인당 1일 평균 투석횟수 역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의사의 투석횟수는 2009년 22.1회에서 2010년 22.7회로, 간호사의 투석횟수는 2009년 4.4회에서 2010년 4.5회로 늘었다.
수질검사 실시주기 충족률도 2009년 85.8%에서 78.3%로 하락했다.
적정성 평가 시행에 따라 의료의 질은 되레 하락하고 있는 것.
결과 값의 공개에 그치고 있는 현행 적정성 평가에서 더 나아가 평가에 따른 적절한 규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평원은 이날 설명회에서 "2009년보다 평가 지표 기준이 강화되면서 평가 기준에 미달한 기관들이 늘었다"면서 "3년째 평가를 하고 있지만 질은 썩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부실 혈액투석 기관을 솎아낼 수 있는 지표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관련 학회도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패널티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패널티 없이는 공염불…인력·장비 규제 시급"
5등급의 최하위 기관은 설명회에 오지도 않을 정도로 무관심하기 때문에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라 가감지급을 하는 등 개선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심평원 관계자는 "혈액투석 기관에도 가감지급 사업 적용과 같은 패널티 요소가 필요하다"면서 "향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혈액투석 기관 관계자도 보다 엄격한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고 환자를 유인하는 혈액투석 기관들이 활개치고 있다"며 "적정성 평가 외에 혈액투석 전문의 인력 기준과 장비 기준을 정해 놓고 기관 설립부터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인공신장실의 과당경쟁이 불법행위와 부실 운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허가 기준을 마련해 과당경쟁에 따른 진료질 저하를 막아야 한다"고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