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8일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들과 만나 의사보조인력인 PA(Physician's Assistant) 제도화 문제를 논의했지만 서로의 입장만 재확인했다. 양측이 간담회를 가진 것은 흉부외과학회가 이달 18일 PA 연수교육을 열기로 한 것이 직접적인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의협이 흉부외과학회 측에 연수교육을 취소하라고 요구하면서 의료계의 쟁점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의료행위인 PA의 의료행위를 위해 연수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이런 PA가 양성화될 경우 전공의 수급 불균형 고착화, 의사의 일자리 잠식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흉부외과학회는 연수교육을 강행할 태세다. 이미 예정된 연수교육을 취소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PA가 없으면 수술을 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PA 연수교육은 흉부외과보다 앞서 외과가 수년 전부터 이미 시작한 상태다. 흉부외과 역시 연수교육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던 게 의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PA가 엄연히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무자격자를 양상하기 위해 연수교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PA가 없으면 수술을 할 수 없다는 논리도 이해하기 어렵다. 복지부는 외과와 흉부외과 전공의 기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 7월부터 이들 과 수가를 각각 30%, 100% 가산한 상태다. 저수가 때문에 의사를 더 채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다. 수가 인상에 따른 수입 증가분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의사를 늘릴 수 있다.
PA가 수술을 보조하고 전공의들에게 처방을 지시하는 상황을 언제까지 방관만 할지 답답할 뿐이다. 무엇보다 이런 현실을 잘 알면서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복지부의 태도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부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전문간호사를 PA로 인정, 수술보조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 복지부가 이를 시행한다면 의료법 위반 논란만 확산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별도의 자격기준을 만들지 않은 채 간호사가 메스를 잡는 것을 어떻게 허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저수가로 인해 의사를 추가 채용할 수 없다면 수가를 현실화해서라도 수술방에서 무자격자가 판치는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