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포괄수가제(DRG) 확대와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정책 방향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여론 설득용 카드라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프랑스 현지시각) OECD가 '한국 의료의 질 검토 보고서'(Health Care Quality Review:Korea)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회원국 의료체계의 질과 성과 관점에서 분석해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OECD 보건부 사업으로, 한국 등 참여국은 자발적 기여금 10만 유로(한화 약 1억 5천만원)를 지원했다.
OECD 평가단은 170개 문항으로 구성된 질문지를 한국 정부에 보냈으며, 지난해 5월 복지부와 공단, 심평원,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 14개 기관을 방문해 전문가와 인터뷰를 가졌다.
◆의료 질 및 거버넌스 향상 전략
보고서는 개별 의사의 성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환자 안전상 위험요인 등의 문제를 감시하고 의료과실을 보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종합병원 및 중소병원에 대해 인증제를 시행하고 요양병원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일차의료기관에도 인증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치료군간 처방적정성을 검사하는 방식인 의약품처방조제지원서비스(DUR)를 확대하고, 대형병원 처방 약물에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심평원의 경우, 급여 대상이 아닌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의료서비스의 질을 담당하고 그 결과를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평가했다.
◆일차의료 역량 강화와 만성질환자 지원
OECD는 문지기 기능 부재와 행위별 수가제, 환자 의료이용 행태, 의료기관의 상업적 광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차의료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받아, 진료 지속성과 진료연계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만성질환 등 예방가능한 입원율이 OECD 회원국에 비해 2배 이상 높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그 원인을 일차의료체계로 판단했다.
이를 위해 재정적 인센티브를 부여해 필요도 높은 지역에 재정적 투자로 일차의료르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급성기 의료와 정보 호환시스템 구축과 재정적 인센티브 부여, 방문보건서비스 활성화, 단독 개원의 조직화, 지자체와 심평원, 공단 정보 공유 통한 지역 수요공급 맞춘 프로그램 수립 등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밖에도 심평원의 만성질환 입원과 제네릭 처방 비율 등을 일차의료 질 평가 방법으로 발전시키는 방안과 의료인 인식제고를 위한 의대생의 일차의료 경험 의무화, 전문간호사 확대 등을 조언했다.
◆의료 질 향상 촉진 위한 재정적 수단
보고서는 OECD 회원국에 비해 월등히 긴 입원환자 재원일수를 근거로 행위별수가제도를 급성기 의료영역의 대표적 비효율 원인으로 지적하고 포괄수가제 확대를 권고했다.
이를 위해 적절한 입원 및 퇴원 기준 마련과 서비스 양에 대한 엄격한 감시 등 질 측정을 통해 포괄수가제 지불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포괄수가제를 활용해 병원 서비스 전체의 예산 제한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예산 초과분에 대해서는 벌칙을 부여해 장기적으로 급성기 의료와 일차의료 사이의 예산배분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특정 영역을 대상으로 한 현행 성과지불 제도를 존치할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가감지급사업(Value Incentive Program)을 공식적으로 평가하고, 비급여 정보 제공 등 병원의 재정공개 의무화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혈관계 질환에 의료 질 향상 방안
OECD는 소수 병원이 첨단기술장비를 갖추도록 집중 투자하는 방식에서 보건의료시스템 전체에 심혈관계질환 임상경로를 확립해 뇌졸중 치료실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투자의 중심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고위험군 환자 등록제를 도입해 정기적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급성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시 신속한 발견과 처치가 가능하도록 대중과 환자의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영역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참여한 지역사회 중심 재활서비스를 통해 보건의료체계의 재활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평원 OECD 프로젝트 김선민 지원단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보고서가 나온 후 한국 의료제도와 유사해 너무 놀랬다"면서 "OECD와 한국 정부가 의료제도에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일각의 오해를 경계했다.
최희주 건강보험정책관은 "포괄수가제를 비롯한 지불체계와 약가제도 등 수가제도 TFT 논의결과를 5월말까지 도출할 것"며 "보고서 내용을 참고해 의료체계 발전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해 현 정책방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복지부는 다음달 14일 'OECD가 본 한국의 의료제도' 주제로 국제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