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라고 하면 사람들은 수술만 생각합니다. 의료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외과의사들이 수술을 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한 연구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세브란스병원 외과 정재호 교수는 27일 외과의도 선진국처럼 학문적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최근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와 공동으로 암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당뇨병약 '메트포민'과 당대사 억제물질 '2-디옥시글루코스'를 병용투여해 획기적으로 암세포가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기존 표적치료제 개발이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 연구가 주를 이뤘다면 정 교수는 암세포 자체의 에너지 대사와 관련된 표적치료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
정 교수팀은 동물실험에 이어 현재 위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위암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외과의사가 항암제 개발, 암세포 대사 연구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그는 이 질문에 외과의가 수술만 한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외과의는 수술 외과학(operative surgery), 학문적 외과학(academic surgery)으로 나눠진다. 연구하는 외과의는 수술을 할 수 있는 생물학적 근거가 될 수 있는 부분을 탐구한다. 종양면역학 분야를 개척한 사람도 외과 전문의인 스티븐 로젠버그 박사다.
정재호 교수는 "외과의는 특히 암과 관련한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암이라는 것은 병기가 진행형으로 나오게 되면 항암제 치료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술, 진료에 집중돼 있다 보니까 학술적인 면이 부족하다. 수술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선 외과의사에 대한 인식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임상현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팀(team)'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도 기초연구, 임상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팀 구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MD앤더슨 암센터에 있는 홍완기 교수는 정 교수에게 '연구문화를 바꿔야 한다. 팀 사이언스(team science)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팀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각자의 전문성으로 테이블에 올려놓고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성과가 임상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