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도의 한 여자 산부인과 L원장(48)의 사망 원인이 자살인 것으로 확인돼 거듭 충격을 주고 있다.
12일 구리시경찰서에 따르면 L원장은 링거에 프로포폴 600cc를 섞은 후 주사를 자신의 팔에 꽂은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포폴은 수면마취제로 사용되는 약물로 약 10cc 정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20cc 이상 주사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L원장은 치사량의 30배 많은 양을 주사한 셈이다.
경찰은 L원장이 분만 과정에서 한달 간격으로 2건의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는 점과 정신병원 퇴원 후 다시 진료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에서 의료사고가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L산부인과 원장의 사망을 둘러싸고 동료 의사들은 "산모, 태아가 사망하는 등의 대형 의료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환자측 유가족의 계속되는 협박과 진료방해 행위에 대해 힘들어 했다"고 입을 모은 바 있다.
또한 L원장이 2년 전 병원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받은 대출액이 유가족인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고스란이 빚으로 넘어가게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료 개원의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L원장의 채무에 대해 그의 가족이 보증인으로 돼 있어 당장 수억원의 대출액을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학회 및 의사회는 L원장의 유가족에게 전달할 기금을 조성에 나설 예정이다.
산부인과학회 산하 개원특임위원회 관계자는 "L원장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유가족을 돕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기금을 조성키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는 기금조성에서 끝낼 일이 아니다"면서 "이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만큼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