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3일 오후 12시]
경북 울진군에 사는 84세 최 모씨는 전날 감기 몸살로 기력이 없어 동네 A병원을 찾았다.
당시 최 모씨는 당뇨수치가 높았지만 이에 대한 조치 없이 영양제 주사를 맞았다. 감기로 기력이 떨어진데 따른 병원의 처방이었다.
그리고 배가 아파 엑스레이 촬영을 하니 변이 많이 보여 당일 저녁에는 금식을 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수액으로 보이는 링거를 맞았다.
[오후 6시 40분]
하지만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최 모씨는 상태가 갑자기 악화됐다. 입에서 침을 흘렸고, 얼굴 색깔은 검게 변했다.
간호사는 급히 병원 원장을 불렀고, 원장은 환자 기도 확보를 위해 머리를 뒤로 젖히고 관 삽입을 했다. 이후 심전도 기계로 검사를 하려했으나 간호사가 전기코드 꼽는 곳을 몰라 꼽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원장은 심폐소생술을 몇 차례했고, 그때 최 모씨가 사망할 수 있다고 통보하면서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7시]
A병원 입구에 129 구급차가 도착했다. 응급환자를 인근의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서다.
환자는 신속하게 구급차로 옮겨졌고, 병원장과 간호조무사, 그리고 환자 보호자 역시 차에 동승했다.
하지만 이송 도중 문제가 발생했다. 환자에게 산소호흡기 연결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병원 원장과 간호조무사는 구급차에서 산소 라인을 찾지 못해 허둥댔고, 이 때문에 환자 보호자가 직접 튜브를 눌러 산소를 공급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결국 보호자는 구급차 기사에게 차를 세워 산소 라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했고, 우여곡절 끝에 산소호흡기를 찾아 환자에 연결했다. 하지만 산소 장비 역시 튜브가 연결되는 부분이 반창고가 뜯어져 혼자 놀고 있는 상태였다.
[오후 7시 10분]
인근 병원에 도착했지만 이미 최 모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A병원은 심장마비로 사인을 표명했다.
여기까지가 A병원의 미흡한 응급처치로 고인이 사망했다고 <메디칼타임즈>에 제보한 유가족의 주장이다.
자신을 고인의 딸로 밝힌 김 모씨는 "아무리 시골 병원이지만 의료진의 안일한 행동과 무책임한 의식으로 아버지가 사망했다. 멀쩡히 손수 운전을 하시고 오신 분이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악화됐고, 타 병원 이송 과정도 엉망진창이었다"고 억울해했다.
하지만 병원측의 입장은 달랐다.
고인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에 맞는 조치를 끝내는 등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물론 타 병원 이송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있었지만 그것만 갖고 문제삼으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A병원 원장은 "고인은 입원 당시 혈당이 높고 진땀을 흘리는 등의 증상이 있어 상황에 맞는 진료를 했다. 이후 화장실도 왔다갔다 할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하지만 갑자기 심장마비 증세가 와 큰 병원으로 옮겨야 된다는 판단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하지만 때마침 병원 구급차가 없어 사설에서 129 구급차를 불렀다. 물론 이송 도중 우리 차가 아니라서 산소 라인을 찾지 못하는 등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심폐소생술, 앰부 등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했다"고 답답해했다.
하지만 유가족측은 타 병원 이송 과정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환자의 사망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내 유가족과의 이런 대립이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했다.
그는 "유가족의 심정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고령의 환자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화장실에서 변을 보다가 사망하기도 한다. 84세인 고인도 심장마비 전에는 멀쩡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내가 신이 아니기 때문에 다 살릴 수가 없었다"고 환기시켰다.
마지막으로 그는 "예전에 국립의료원 내과에 있다가 16년 전에 의료취약지역인 고향에 왔다. 그리고 지금껏 의료봉사를 위해 일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 평생 처음 있는 일"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