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문의 제도 개편안이 표류하고 있다.
수련제도 개편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을 두고는 각기 다른 목소리가 나오며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입법예고까지 준비하며 제도 개선을 서두르던 복지부는 걸음을 멈춰 섰고 의대생들과 대학들은 각기 다른 대안을 내놓고 있다.
수련제도 개편 취지는 공감 방법론은 제각각
이같은 이견은 17일 의사협회 동아홀에서 개최된 전문의 수련제도 개편방안 토론회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 연합(전의련)을 중심으로 한 의대생들은 의대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수련제도 개편안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로 전의련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의대생 10명 중 8명은 2014년 인턴 폐지는 불가능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적어도 2017년 이후로 시기를 미뤄야 한다고 답했다.
남기훈 전의련 의장은 "수련제도 개편의 목적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개편 시기가 문제가 아니라 제도 변경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의대 학생회장도 "구체적인 시행계획도 없이 당장 2년후로 인턴 폐지 시점을 잡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변경되는 제도 조차 홍보하지 않고 2년안에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일선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들도 이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인턴 폐지를 포함해 수련제도 개편은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불과 몇년만에 인턴을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A의대 학장은 "인턴 폐지를 포함한 수련기간 단축 문제는 수년간 논의가 진행되며 일정 부분 공론화를 이룬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미 몇십년간 내려온 제도를 단 몇년만에 바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국 의과대학 학장 협의회는 최근 이에 대한 TF를 꾸리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아직 대안은 내지 못한 상태다.
전공선택 등 실효성 논란 "여유있게 준비해야"
이처럼 원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에도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
우선 현실적인 한계에 대한 지적과 전공 선택의 기회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인턴이 비롯 수련과 관계없는 일에 동원되는 일이 있지만 여러 전문과목을 돌아보며 자신의 적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반론이다.
의대생들도 이같은 부분을 불안해하고 있다. 실제로 전의련의 설문조사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에 대해 복지부와 의학회는 학생실습을 강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임상실습을 강화한다면 인턴 때 순환근무를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선 의대생들과 의대의 생각은 다소 다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교육과정을 수년내에 구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A의대 학장은 "의사 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의대생들이 인턴에 준하는 실습을 실시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이러한 환경을 갖추는데는 상당한 인력과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과 등에서 간단한 문진이야 가능하겠지만 외과 영역에서 의대생이 대처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CPX와 OSCE로 실습 교육이 굳어진 현재 의대 커리큘럼상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남기훈 전의련 의장도 "복지부 입법예고 안대로 2014년에 인턴이 폐지된다면 현재 본과 3년부터 해당이 된다"며 "이들이 과연 인턴과정에 준하는 실습 교육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이러한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며 한발 물러서면서도 인턴 폐지 계획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미 대학의학회 등을 통해 의료계의 의견을 취합한 이상 계획 자체를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턴제도가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것은 분명히 공론화가 이뤄진 상황"이라며 "여러 의견은 충분히 경청하겠지만 원안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그는 "서둘러 폐지 시점을 발표한 것은 대학과 병원이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하라는 뜻이었다"며 "대책을 마련하고 시점을 정하는 것보다 이 방법이 더 빠르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과연 55년만에 이뤄지는 수련제도 개편이 지금의 잡음을 이겨내고 올바른 방향성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