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국내 사망원인 1위 질환이다. 사망률 또한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암환자 사망 주요 원인이 '혈전색전증'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환자는 물론 의사도 마찬가지다.
'정맥혈전색전증' 치료는 저분자량 또는 비분획 헤파린을 통해 초기 치료를 시행한 후 와파린 등 경구용 항응고제를 통한 장기 치료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혈액응고수치를 상대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암이라는 질환 특성과 경구용 항응고제를 투여한 암 환자군에서 재발성 정맥혈전색전증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 등을 볼 때 암환자의 정맥혈전색전증 치료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암환자 혈전색전증 치료의 최신 트렌드와 '달테파린(국내 상품명: 프라그민)' 등 저분자량 헤파린 제제의 효과에 대한 지견을 듣고자 아그네스 리 교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현재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혈액종양내과 부교수이자 암 환자 혈전색전증 관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Q.한국 방한 목적은.
혈전색전증 암환자를 치료하는 한국 의사들과 만남을 위해서다.
혈전색전증은 암 환자를 사망케 하는 두 번째 원인 질환이지만, 혈전색전증 암 환자의 전통적 치료법은 효과가 그리 뛰어나지 않다.
한국 의사들과 만나 주로 얘기할 내용이 이와 관련한 새 치료법이다.
Q.암환자 혈전색전증 기존 치료법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면 최신 치료법은 무엇인가.
전통적으로는 '와파린'이 사용됐다. 하지만 '와파린'을 사용하면 환자의 21% 정도에서 혈전색전증이 재발하고, 12% 정도에서 주요 출혈이 발생했다.
하지만 새 치료법인 저분자량 헤파린 제제 '달테파린'은 재발성 정맥혈전색전증을 52% 가량 줄인다. 기존 치료법보다 재발률을 절반 가량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주요 출혈 발생 위험은 올라가지 않았다.
다시 정리하면 새 치료법이 효능면은 더 뛰어나고, 안전성은 유사하거나 동등하다는 것이다.
Q.'달테파린'의 다른 장점은 무엇인가.
임상결과에 따르면 '달테파린'은 암의 종류에 상관없이 혈전색전증이 있는 모든 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었다.
사용도 편리하다. 환자에게 1일 1회 주사 형태로 투여하기 때문에, 별도의 모니터링이 필요 없다.
반면 '와파린'은 혈액 샘플도 자주 채취해야 하며, 환자 상태를 자주 모니터링하면서 용량 조절도 해야하기 때문에 투여하기가 복잡하다.
치료기간은 '달테라핀'이나 '와파린'이나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후에도 암이 완치되지 않거나 화학요법 등의 항암치료를 계속하고 있는 환자들은 항응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달테파린', '와파린' 등의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받아야 한다.
Q.'달테파린'과 '와파린' 등 경구용 항응고제를 비교한 임상 연구 결과를 소개해달라.
내가 진행한 임상연구가 'CLOT Study'다. '달테라핀'이 '와파린'에 비해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다. 2003년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논문이 게재됐다.
연구결과, '달테파린'이 재발성 정맥혈전색전증의 52%를 줄여줬다.
해당 연구 이후 '달테파린'은 혈전색전증 약 중 암 환자 정맥혈전색전증 치료에 적응증을 승인받은 유일한 치료제가 됐다. 또 암 환자 정맥혈전색전증 치료 트렌드가 '달테라핀'으로 옮겨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Q.'와파린'은 가격이 싸다. 이에 대한 생각은.
물론 '달레파린'이 '와파린'보다 약제 자체의 비용은 높다. 하지만 '와파린'을 사용할 경우, 환자들이 고려해야 할 또 다른 비용적인 요소들이 있다.
혈액응고 수치 모니터링 비용,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를 자주 모니터링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환자가 채혈을 위해 병원을 찾고 약제 용량 조절을 위해 드는 비용 등이 그것이다.
이런 전체적인 요소를 고려하면 '달테파린'과 '와파린'의 가격 차이는 유사한 수준이라고 본다.
Q.암환자 혈전색전증에 대한 한국 의료진의 인식 수준은.
한국 의사들은 혈전색전증이 암 환자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주요한 합병증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 많은 의사들이 암 환자의 혈전색전증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환자 케어면에서 한국이 매우 앞서있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다.
유럽이나 기타 선진국이 한국보다 특별히 앞서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한국의 수준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Q.한국인은 주사제에 부담이 있다. '달테파린' 처방에도 부담 요소가 될 수 있는데.
암 환자들은 항암 치료를 위해 독성이 높은 화학요법을 받고 있다.
탈모가 진행되고 감염에 취약해 지고, 설사나 구토를 하게 되는 등 부작용이 많음에도 암 치료를 위해 불가피하게 화학요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때 의사가 화학요법은 혈전색전증 등의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고, 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경구용보다 주사제가 더 좋으며, 실제 임상 결과 경구용보다 주사제가 혈전색전증 발생을 두 배 정도 줄여준다고 설명하면 환자들은 주사제를 마냥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