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 처방권 확대를 놓고 진료과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SSRI 처방일수 제한에 대한 의견을 학술대회에서 거침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한신경정신약물학회는 23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대한민국 보험 약제의 현재와 미래'라는 세션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발표연자로 보건복지부, 심평원 관계자가 참석했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SSRI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심평원 약제기준부 김규임 부장은 "SSRI는 급여기준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 넘어가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향정신성 약물의 급여기준을 설명하면서 "심평원은 적어도 이 정도를 지키면서 처방하는 것이 원칙이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급여기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정신질환 약물은 정신과가 아닌 타 과에서도 처방이 많이 이뤄지기 때문에 양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SRI 처방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이해를 간접적으로 요구한 셈. 토론에 나선 교수들도 정부와 뜻을 같이 했다.
"근본적인 내용이 의료법에도 다 들어있는데…"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석정호 교수는 레지던트 시절 신경안정제 아티반에 중독된 환자의 치료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이 환자는 아티반을 약국에서 한알씩 사 먹기 시작했고 결국 40알을 먹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독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석 교수는 "중독 위험이 있는 약을 약국에서 마음대로 팔았지만 요즘은 처방전에 의해서만 살 수 있는 약으로 묶여 있다. 3주 밖에 쓸 수 없다는 걸로 제도가 만들어진 것도 필요하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가에서 제도로 통제하니까 공문을 붙여놓고 환자에게 안내하면 다 받아들인다. 이는 임상현장에 도움을 많이 주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경희대병원 백종우 교수도 "정신질환은 타 질환보다 의료비 부담은 적지만 사회적 비용이 크다. 타과는 SSRI를 다 쓰게 되고, 정신과는 오히려 못쓰는 상황이 벌어지면 약가 부담을 비롯해 사회적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항우울제 TFT 이상열 위원장(원광대병원)은 SSRI는 의료법 조문을 따져보면 문제를 삼을 게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1조와 4조 등을 예로 들었다.
의료법 1조는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4조를 보면 의료인은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가 담겨있다.
이 위원장은 "수준이 높은 의료 혜택, 최선의 의료서비스라고 하면 우울증을 제대로 공부한 정신과 의사들이 진료하는 게 수준이 높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근본적인 질문 자체가 의료법에 다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신이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자체도 잘 모르고 있는 환자가 많다. 학회가 추구하는 방향이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과 거의 일치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