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환자 유치 브로커들의 수법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면서 의료기관들이 대안 모색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2일 의료관광 에이전시 업체 및 개원가에 따르면 브로커의 해외환자 유치 방식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진화하는 브로커의 환자유치 방식
지난 4~5년 전에는 브로커가 의료기관에 해외환자를 유치한 이후 환자들에게 수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의료관광 시장이 확대될수록 한국 의료관광에 브로커가 기승을 부린다는 소문이 확산되자 투명성을 내세우며 방식을 달리했다.
환자가 병원에 진료비를 납부하면 수수료 명목으로 진료비의 일부를 병원으로부터 받는 식으로 전환한 것.
환자는 병원에 진료비를 납부하고, 브로커에게는 별도의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신뢰감이 형성됐다.
최근에는 브로커가 사전에 환자와 짜고 수수료를 각각 나눠갖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가령, 브로커가 환자에게 수수료의 일부를 나눠줄테니 특정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받으라고 하는 식이다. 일부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브로커의 제안을 뿌리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브로커·에이전시-의료기관, 갑과 을의 관계
또한 일부 의료기관은 대형 의료관광 에이전시 업체의 횡포에 시달리기도 한다.
모 성형외과 관계자는 "밥과 술은 기본이고 에이전시 홈페이지 내 수백만원의 배너 광고를 요구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면서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털어놨다.
즉, 에이전시 업체가 환자를 유치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밉보였다가 자칫 해외환자의 발길이 끊길 수 있어 업체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다는 게 의료기관들의 전언이다.
또 다른 성형외과 관계자는 "의료관광에서 병원과 에이전시 및 브로커와의 관계는 에이전시가 갑, 병원이 을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그는 이어 "에이전시 업체와 브로커들이 환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특정 성형외과에 대해 악의적인 정보를 제공할 경우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관 자체 홍보 불구 브로커 통한 유치 비중 높아
이처럼 브로커와 에이전시 업체와의 관계에 염증을 느낀 일부 의료기관들은 자체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 유명 성형외과 일부는 중국 현지 온라인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카페를 통해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성형외과 관계자는 "중국에 투자하는 홍보 비용만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한다"면서 "중국 내 젊은 층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검색을 통해 병원을 선택하기 때문에 온라인 홍보에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의료기관이 자체적인 외국인 환자 유치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진한 수준이다.
B성형외과의 경우 중국 현지에서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40:60으로 자체 홍보를 통한 환자유치 비율보다 브로커 및 에이전시를 통한 환자 유입율이 높다.
B성형외과 관계자는 "조금씩 자체 홍보를 통한 외국인 환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에이전시를 통한 환자유치에는 못미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모 의료관광 에이전시 업체 관계자는 "개인 브로커와 일부 의료관광 에이전시의 횡포로 제대로 된 에이전시 업체들의 생존이 어려워졌다"면서 "브로커도 문제지만 이에 응해주는 의료기관도 문제를 근절할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못 박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외환자 브로커 및 에이전시의 문제점은 의료기관도 일부 책임이 있다"면서 "가능하면 의료기관들이 직접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설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브로커가 환자를 유치하는 것에 대해 일부 의료기관도 이를 악용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의료기관 내부 자정활동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