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약인 메트포민이 항암효과도 있다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속속 나오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메트포민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당뇨병약이다. 우리나라도 작년 7월부터 당뇨병 환자 단독요법에 메트포민을 먼저 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암 치료를 위해 정식으로 권장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정재호 교수는 동물실험을 통해 메트포민과 당대사 억제물질 '2-디옥시글루코스'를 병용투여해 획기적으로 암세포가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정 교수팀은 현재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정 교수는 "메트포민은 허가 및 시판된 약이기 때문에 적응증만 추가하면 된다. 그럼 임상 1상과 2상을 생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신약의 포지션을 바꾸는 '신약 재창출(drug repositioning)'이라고 한다. 신약을 개발하는데 평균 17년 걸리는데, 신약 재창출은 2~3년이면 끝난다"고 덧붙였다.
메트포민 항암효과를 시험하는 임상연구는 선진국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암연구협회가 주최한 연례학술대회에서 메트포민이 전립선암의 종양 성장을 억제하고, 초기 진행형 췌장암 환자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력이 있다는 사실이 발표됐다.
캐나다 맥길대학교 마이클 폴락 교수팀은 전립선암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하루에 3번, 500mg의 메트포민을 투여했다. 그 결과 메트포민 그룹은 전립선 암세포 성장이 억제됐다.
폴락 교수는 대장암 및 유방암 진행 억제 효과도 있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미국 텍사스대학 앤더슨 암연구센터 연구진은 당뇨병과 췌장암이 발병한 302명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만 메트포민을 투여했다.
그 결과 메트포민 그룹은 30%가 2년이상 생존한 반면 그렇지 않은 그룹은 15.4%만이 2년이상 생존했다. 이는 '임상암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에 발표됐다.
이밖에도 동물실험을 통해 간암, 구강암, 흑생종 진행을 억제한다는 연구들도 '암 예방연구(Cancer Prevention Research)', '암 발견(Cancer Discovery)' 등에 발표됐다.
정재호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 유방암 환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연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 신약은 약값이 비싼데 메트포민은 싸니까 효능이 있다면 많은 환자에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