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의료계 내부에서는 '김용익'이라는 이름 앞에 '좌파' '반 의료계'라는 불편한 수식어가 붙었다. 2000년 의약분업 정책 시행에 깊숙이 관여한 김용익 교수는 지금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로 우리 앞에 서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쳐 민주통합당에 이르기까지 진보 진영의 '김용익 담론'으로 일컬어지는 그가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메디칼타임즈> 독자들에게 전했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13일 오후 햇살 가득한 봄날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그의 연구실에서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편집자 주-
기자:이제, 조금 불편한 얘기를 하려 한다. 의약분업 시행 후 의료계에서 반 김용익 정서가 적지 않다. 의약분업이 의사 죽이기라는 지적이 있다.
김용익:(잠깐 생각에 잠긴 후) 의약분업은 의료가 선진화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제도이다. 그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 얘깃꺼리가 안 된다.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현 의약분업에 나도 만족하지 않는다.
의사들과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등 약의 사용량이 많이 줄지 않았나. 약의 품질인 약효 동등성을 갖도록 품질 개선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현 정부에서 약가를 조정한 것은 괜찮은 것 같다.
기자:애초 모델과 현 의약분업이 다르다는 것인가.
김용익:반, 반이다. 내가 첫 디자인한 것과 변화된 부분이 상당히 많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은 피하면서) 앞서 말한 대로 약효 동등성을 확보해야 한다. 성분명 처방을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게 가야 한다.
기자:성분명 처방은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지 않나.
김용익:약효 동등성이 확보되면, 성분명 처방을 한다고 무슨 문제가 있겠나.
기자:의료계 비판에 대해 학자적 소신과 의사로서 갈등은 없었나.
김용익:학자로서 소신과 의사의 입장이 다르면 안된다. 당연히 같다. 의사가 국민의 이해관계를 벗어나선 안된다. 의사는 국민 건강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냐.
지금 정책(의약분업)은 국민 이익을 위해 의사들의 이익을 어긋나게 한 것이 아니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이 의사의 이익과 일치한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기자:8년 전 기자와 만났을 때 의사의 한 달 수입이 1천만~2천만원 내외면 충분하지 않냐고 말씀하신 것이 생각난다. 하지만 의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김용익:의사들이 국민의 이익과 어긋나 자기들만의 집단이기주의를 추구하면, 장기적으로 의사 집단이 살아남을 수 없다. 그것을 일치시켜야 의사가 성장하고 발전한다.
기자:과거 의사협회에서 영구제명 논의 등 회원 자격정지를 당한 부분이 있는데.
김용익:2년 자격정지를 받았고, 그대로 2년이 지나갔다. 별 관심이 없었다. 영구제명 건은 잘 모르겠다.
기자:리베이트와 의사 문제가 항상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김용익:(목소리를 높이며)그 때도 누누이 얘기했다. 리베이트를 어느 한 두 명의 의사가 받으면 범죄다. 하지만 병의원을 경영하기 위해 리베이트를 받아야 하는 구조가 있다. 그것은 범죄라고 할 수 없다.
나는 의사들이 리베이트를 받는 것을 범죄행위라고 간주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범죄행위가 아니라 의료의 제도적 잘못으로 생기는 문제다. 의사들 개개인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는 게 나의 주장이다. 늘 그렇게 얘기했다.
기자:의료계가 왜 김 교수의 주장을 모른다고 생각하나.
김용익:전달이 안됐든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다.(웃음) 과거 양심선언(참여연대에 실린 김용익 교수의 글)이라는 것도 후배(의사)들이 그렇게 되는 것은 막아달라는 뜻이었다. 범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범죄로 간주돼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상황을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어느 집단이 같은 잘못을 하고 있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개인적 선택이 아니다. 개인을 탓하고 책임을 묻는 방식을 부적절하다.
기자:현재 시행 중인 쌍벌제를 개선할 의향이 있다는 뜻인가.
김용익:쌍벌제는 법리적으로 맞을 것이다. 돈을 주는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 잘못이니까. 내 말은 법리적으로 맞지만, 제도적으로는 다르다는 것이다. 접근방식이 개인을 탓하는 방식으로 가면 안 된다는 의미이다. 리베이트를 받을 필요가 없게 끔 건강보험을 만들어 놔야 한다.
기자:그럼 화제를 바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으로 있을 때 왜 의료계와 거리를 뒀나.
김용익:의료계와 거리를 둔 적이 없다. 사회정책수석은 의료 문제만 다루는 역할이 아니다. 교육과 노동, 환경, 여성, 아동, 문화, 관광, 체육까지 해야 한다. 수석이 하는 일 중 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안된다. 내가 의사니까 사회정책수석이 된 게 아니다. 모든 업무 전반을 하라고 된 것이다.
앞으로 국회의원으로 의료 문제를 얼마나 다루게 될지도 알 수 없다. 보편적 복지 보고서에서 보건의료는 8개 테마 중 하나이다. 내가 (국회)가서 의료 문제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자: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최고의 권력과 지근거리에서 호흡하셨다. 자신이 생각한 이론과 현실이 다른 점은 없었나.
김용익:물론, 학교에서 생각하는 것과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연구실에서 생각한 것을 (현실에)적용하려고 애를 쓴다. 거기(권력)에 휘둘리고 그러진 않았다.
여러 분야를 맡아보니, 의사들이 똑똑하긴 엄청 똑똑하다. 교육과 노동, 보육은 입시문제와 노사관계 등으로 청와대에서 한 일에 90%였고, 의료 문제는 내 시간에 5%나 썼나. 그래도 의사만큼 똑똑한 집단은 없다. 의료정책의 난이도가 가장 높다.
내가 의료를 전공했기 때문에 쉽게 다룬 것이지, 상대적으로 보기에는 가장 어렵다. 의료인 집단을 다른 분야와 비교해 보면 제일 똑똑하다. 머리가 좋다.
기자:의사들의 정책 대응력이 좋다는 의미인가.
김용익:그게 아니라, 기본적인 머리가 좋다는 뜻이다. 의사들이 사회적 맥락을 이해 못해 그럴 뿐 기본적으로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