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응급의료법이 오는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당직의사 역할을 두고 정부와 전공의협의회가 엇갈린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응급의료법 32조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은 당직전문의 또는 당직전문의를 갈음할 수 있는 당직의사를 둬야 한다.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수련병원은 전공의 3년차 이상이면 당직전문의를 갈음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이를 어겨도 특별한 제재가 없었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권역응급의료센터 및 전문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당직전문의로 내과, 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마취과 전문의를 한명 이상 둬야 한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및 마취과 전문의를,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외과계열과 내과계열 전문의 1인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이를 놓고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수련도 중요하지만 응급환자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전공의 1, 2년차가 환자를 직접 보고 진단을 내리는 교육이 없어지면 수련 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18일 "응급환자가 왔을 때 해당과에 콜을 하면 관행상 전공의 1, 2년차가 환자를 보고 고년차 전공의, 담당교수에게 보고하는 절차를 거쳤다. 응급환자 입장에서 보면 이런 방식은 불합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응급환자 치료가 지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문의가 진단하고 전공의가 후속 조치를 취하면서 배우면 된다. 그러면 1, 2년차는 환자의 상태가 어떤지 판단해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환자를 직접 보면서 배웠다면 앞으로는 전문의나 3, 4년차 전공의를 보조하면서 배운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련도 중요하지만 환자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라면서 "전공의 3, 4년차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양해를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련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일호 회장은 "수련교육을 받을 때 응급실 교육이 제일 먼저 이뤄진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환자가 갑자기 찾아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과정에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년차 때 이 과정이 없어진다면 수련시스템이 무너질 수도 있다. 미국도 응급실 환자를 인턴들이 먼저 본다. 그렇기 때문에 수련병원인데, 이걸 잘못됐다고 하면 어쩌냐"고 토로했다.
한편, 전문의가 아니거나 3년차 미만 레지던트가 응급환자를 진료하면 과태료 처분을 내린다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민주당 백원우·전혜숙 의원이 각각 발의한 것으로 8월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