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세청이 일부 병의원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나서 탈루한 세금을 추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선 개원의들이 술렁이고 있다.
수입이 높은 의료기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도대체 어떻게 벌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 24일 성형외과, 여성의원 등 고소득 자영업자 596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해 3632억원 추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세금탈루 사례로 성형외과와 여성의원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국세청이 제시한 사례는 유명 성형외과 A원장이 114억원을 탈루, 금융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비밀창고에 숨겨왔다는 것이다.
현금결제를 선호하는 해외환자와 카드결제를 꺼리는 내국인들이 현금으로 낸 수술비를 뒤로 챙겨오다가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심지어 B여성의원은 수입 중 일부인 현금 24억원을 자택에 보관, 45억원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급여 진료기록부는 별도의 오피스텔에 숨기고 관련 전산자료는 삭제한 후, 신용카드 결제와 현금영수증 발행 수입만 신고해왔다.
이를 접한 산부인과 개원의들은 "국세청이 발표한 여성의원과 같은 사례는 산부인과에서 0.0001%에 해당하는 극히 드문 사례"라고 입을 모으며 해당 의료기관이 어디인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모 여성의원장은 "동료끼리 우리 병원은 수입이 낮은데 '여성의원' 간판을 걸고 있어 외부에서 오해한다. 간판을 바꿔야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모 산부인과 원장은 "여성의원이 어떻게 하면 수입이 높은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국민 눈에 산부인과가 돈을 잘 버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이라고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성형외과 개원의들 사이에선 호기심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위화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비급여 진료 비중이 높아 세무조사 대상에 오르는 성형외과 개원의들은 이를 계기로 국세청의 표적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다.
여기에 '같은 성형외과 의사인데 나는 왜 그렇게 벌지 못할까'라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해졌다.
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사실 극히 예외적인 사례인데 성형외과 의사 전체가 모두 수입이 높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어 염려스럽다"면서 "이와 더불어 근근이 병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상당수의 의사가 자괴감에 빠지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성형외과 원장은 "사실 강남, 압구정 일대 월 수익 3000만원에 못 미치는 의사들이 많다"면서 "임대료가 월 1000만~2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심각하다. 빚더미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수백억원의 세금탈루 소식은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