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은 환자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중환자실에 대한 지원이 없으면 응급의료 시스템을 완성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중환자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습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신증수 신임 회장(강남세브란스 마취통증의학과)은 28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중환자실 전담의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신 신임회장은 5월부터 2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신 회장은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리는 게 의료이며, 국가가 하는 일이다. 중환자의학 포지션을 정부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경험 많지 않은 비전문 의사가 중환자를 다루면 환자 생존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많다"고 환기시켰다.
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실 전담의 필요성을 지난 98년부터 약 13년 동안 주장해오고 있다.
이를 위해 학회는 대한의학회의 인정을 받아 세부전문의 제도까지 운영하고 있다. 현재 1200명의 중환자 세부전문의가 배출됐다.
학회는 정부에 중환자실 전담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H1N1 중환자 사망률, 아시아 16개국 중증 패혈증 사망률 비교 데이터를 제출했다.
중환자실 전담 의사가 있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의 사망률에 차이가 크다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는 중환자실 전담의사가 있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지원을 하고있다.
현재 전담의가 있는 병원에는 환자 한사람당 약 8000원을 준다. 대신 전담의는 24시간 중환자실에 근무만 집중해야 한다.
이에 대해 고윤석 전 회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은 "현재 1200명의 전문의들이 중환자실만 담당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담하고 싶어도 수익이 감소한다는 이유 등으로 병원에서 지원금을 받지 않는 병원이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소한 대학병원이나 중환자를 집중적으로 케어하는 병원에는 전담의가 있어야 하고 또 그에 합당한 보상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 전 회장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신종플루 유행, 가습기 살균제 임신부 사망 등에서 중환자 전문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새로운 현상이 있을 때 국가에서 신속하게 대책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중환자 전담의사가 경험을 통해 새로운 내용을 보고한 덕분"이라며 "의사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중환자 관리 시스템이 병원에 있나, 없나가 큰 차이를 부른다"고 밝혔다.
신증수 신임 회장은 "중환자가 한꺼번에 5명이 왔는데 중환자실 자리는 한자리 뿐이다. 누가 거기에 들어가는 것이 옳은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지금도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지금은 병원의 헤게모니로 정리되고 있는 곳이 많다. 결국 낮은 위치에 있는 환자는 중환자실에 못들어 갈 수도 있다.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환자 전문의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환자의학을 축구 경기에서 골키퍼에 비유했다.
신 신임회장은 "골키퍼가 믿음직스러우면 선수들이 공격을 과감하게 더 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중환자 의학이 발전하면 다른 모든 의학이 발전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