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초중고 때부터 죽음준비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의대에서도 죽음과 임종 문제를 다루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현채 교수는 최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중환자의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죽음학(thanatology)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환자의학회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중환자의학 관련 인문학 강의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의대 교과과정에 '환자-의사-사회'나 '의료윤리'가 있다. 여기서 존엄사, 무의미한 연명 치료의 중단 등을 다루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독일, 일본 같은 선진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독일은 고등학교 2학년 윤리시간 '자신의 죽음이 몇개월 밖에 남지 않은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토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초등학생에게는 자신이 키우던 애완동물의 죽음을 계기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보도록 한다.
중고교와 대학 교과과정에 죽음에 대한 수업시간을 1년에 십여시간 이상 포함하고 교재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1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귀하게 태어난 생명들이 훌륭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정신적 기반을 마련해 주는 길 중 하나가 죽음준비교육"이라고 주장했다.
죽음학은 사람이 반드시 맞이하게 될 죽음에 관해 종교학, 철학, 심리학, 간호학, 사회학, 의학, 문화인류학 등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미국은 1963년부터 대학 교과목으로 채택됐다. 우리나라에도 2005년 6월, 한국죽음학회가 창립됐다.
정현채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이 죽음에 대해 갖는 태도는 무관심과 부정 두가지다. 학회가 월례포럼도 하고 봄, 가을 학회를 열고 있지만 아직도 관심을 두지 있지 않거나 회피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이어 "임종이 임박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죽음은 삶을 마무리하는 과정이고, 마지막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알려주는 과정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